[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第七의 王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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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第七의 王國
  • 권우상
  • 승인 2018.11.30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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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제1부

지는 별 뜨는 별

제1장

무서운 폭풍우는 며칠 째 수그러들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하루 하루가 지날수록 그 기세를 더해 가는 것만 같았다. 신라 진성여왕(眞聖女王)의 막내 아들인 양패공(公)을 모시고 당(唐)나라로 사신의 길을 떠나던 일행은 바다에서 만난 이상한 구름의 조화로 벌써 이곳 흑도(黑島)에 표류한지 여러 날을 넘기고 있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폭풍우는 날로 심해지기만 할뿐 좀처럼 가라 앉지 않고 있었다. 며칠을 작은 동굴속에서 몸을 피해 날씨가 개기만을 기다리던 사신(使臣) 일행은 저마다 답답한 마음으로 노심초사(勞心焦思)하고 있었다. 양패공(公)은 근심이 가득찬 얼굴로 말했다.

“좋았던 날씨가 갑자기 왜 이럴꼬? 참으로 이상한 징조로구만..”

그러자 사신(使臣)으로 동행한 이찬 벼슬의 김연기(金延奇)가 말했다.

“그러기 말입니다. 이러다간 언제 당나라에 도착할지 모르겠습니다. 대왕 폐하께서는 빨리 갔다 오라고 하셨는데...”

당(唐)나라로 가는 사신(使臣) 일행은 양패공(公)과 이찬 벼슬의 김연기 그리고 이들을 호위하는 무사(武士) 네 명과 늙은 뱃사공을 포함해서 일곱 명이었다. 무사(武士) 네 명 중 한 사람인 거타지(居他之)는 신라 최고의 궁사(弓士)였다. 그런데 늙은 뱃사공은 배가 흑도(黑島)에 표류하던 그날부터 묵묵히 자기 혼자 깊은 생각에 잠겼다. 어려서부터 바다에서 잔뼈가 굵은 뱃사공은 아무래도 이번 일이 예삿일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폭풍우를 몰고 온 구름의 모양도 이상했거니와 이렇게 며칠이고 세찬 비바람이 계속 되는 것을 지금까지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늙은 뱃사공은 한참을 망설이는 눈치이더니 조심스럽게 양패공(公) 앞에 나아가 머리를 조아리고 말했다.

“아무래도 이번 폭풍우는 이상합니다. 다른 폭풍우와 조금 다른 듯 합니다”

뱃사공의 말에 양패공(公)이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이상하다니 ? 뭐가 이상하다는 말이냐?”

뱃사공은 다시 머리를 조아리고 대답했다.

“소인은 평생 바다에서 물길 질을 하면서 살아왔습니다만 이런 폭풍우는 처음입니다. 소인의 생각으로는 아마도 이 폭풍우는 용왕신(龍王神)의 재앙이 아닌가 합니다”

“용왕신의 재앙이라니? 으음.. 그렇다면 어찌해야 한다는 말이냐?”

“송구하오나 양패공(公)께서 친히 용왕신에게 제사를 드리면 무슨 방도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으음. 그래..”

뱃사공의 말을 들은 양패공(公)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벌써 며칠 째 이렇게 몰아치는 폭풍우(暴風雨)라면 언제 배를 띄워 당(唐)나라에 도착하겠으며 또 이 섬에서 마냥 지체하다가는 가져 온 식량도 다 떨어질 것이었다. 양패공(公)은 곧 바로 일행과 함께 세차게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경건한 마음으로 용왕신(龍王神)에게

“용왕님이시여 ! 폭풍우를 하루 속히 잠재우시어 우리 일행을 무사히 당나라로 가게 해 주시옵소서 ! ....”

하고 두 손을 모아 빌면서 제(祭)를 지냈다. 그날 밤 양패공(公)의 꿈속에 흰 수염을 기다랗게 늘어뜨린 노인 한 사람이 나타나더니 양패공(公)을 호위하는 무사(武士) 중에서 활 솜씨가 뛰어난 무사(武士) 한 사람을 이 섬에 남겨두고 떠나면 폭풍우가 그치고 뱃길 또한 무사(無事)할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이튿날 잠에서 깬 양패공(公)은 곧 사신 일행을 불러 간밤에 꾸었던 꿈 이야기를 들려주며 자신을 호위하는 무사(武士) 네 명에게 나무 패에다 자기 이름을 새기도록 명령했다. 무사(武士)들은 나무 패에다 자기의 이름을 새기자 양패공(公)은

“나무 패를 바다에 던져라 !”

하고 명령하자 무사(武士)들은 나무 패를 바다에 던졌다. 바다에 던져진 네 개의 나무 패는 거센 파도 위로 이리저리 떠다니는데 놀랍게도 그 중 하나가 바닷물 속으로 쑥 빨려 들어 갔다가 잠시 후 다시 물 위로 떠 올라 왔다. 양패공(公)이 그것을 건져보니 나무 패의 주인은 거타지(居他之)라는 신라에서 가장 활 솜씨가 뛰어나기로 소문난 궁사(弓士)였다. 양패공(公)은 거타지(居他之)를 불러 섬에 남을 것을 명령하자 기적처럼 비가 그치고 구름이 사라지면서 하늘이 천천히 맑아지기 시작했다.

“자 이제 배를 띄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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