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第七의 王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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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第七의 王國
  • 권우상
  • 승인 2018.12.06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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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그날도 은지(恩知)는 어머니의 점심상을 차리기 위해 짬을 내어 집으로 돌아 왔다. 그때 은지(恩知)는 마루에서 울고 있는 어머니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은지(恩知)는 급히 어머니에게로 달려 갔다.

“어머니 무슨 일이세요? 어디 몸이 불편하세요?”

은지(恩知)의 어머니는 은지를 붙잡고 여전히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아니다. 아가! 나 때문에 고생하는 어린 네가 너무 가엾고 불쌍해 그런단다!”

은지(恩知)는 어머니의 무릎에 얼굴을 묻으며 서럽게 흐느꼈다.

“어머니. 제 걱정은 마세요. 어머니께서 안계시면 저 혼자 어찌 살겠어요? 저는 어머니와 이렇게 함께 사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해요. 그러니 어머니! 그만 눈물을 거두세요”

그렇게 말하며 서럽게 울자 어머니가 은지(恩知)의 등을 다독거리며 달랬다.

“아가. 울지마라! 내가 잘못했다. 내가 한 말이 네 마음을 상하게 했다면 이 어미를 용서해 다오 아가!”

“아니예요. 어머니! 어머니를 바로 모시지 못한 저를 용서해 주세요”

은지(恩知)는 어머니를 껴안고 목놓아 울었다.

두 모녀(母女)는 서로를 다독거리며 서럽게 울었다. 울음소리를 듣고 이웃사람들은 물론 길을 가다가 담 너머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서 있던 모든 사람들은 애써 넘쳐 흐르는 눈물을 목으로 삼키며 안타가워 했다. 마당 가득 쏟아지는 햇살이 불쌍한 두 모녀의 가느다랗게 떨리는 어깨를 애처롭게 비추고 있었다. 이러한 이야기를 전해 들은 효종랑(孝宗郞)의 눈에는 희미한 안개가 고이는듯 했다.

효종랑만이 아니라 주위에서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낭도들의 눈에도 눈물이 고였다. 효종랑은 곧 눈물을 거두고 말했다.

“나는 불쌍한 그 모녀를 그냥 둘 수가 없소! 세상에서 가장 큰 근본은 효행일진대 어린 나이에 앞 못 보는 어머니를 위해 어찌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있겠소. 나는 쌀 백 섬을 내어 그 모녀를 도울 것이오”

효종랑의 말이 끝나자마자 그 곳에 모인 여러 낭도들은 저마다 옷감을 내겠다, 돈을 내겠다, 곡식을 내겠다 하며 은지(恩知)를 돕기로 결심했다. 효종랑은 서둘러 집으로 돌아와 아버지에게 은지(恩知)의 효행을 말씀드리고 도움을 청했다. 그 말을 들은 효종랑(孝宗郞)의 아버지는 불쌍한 은지(恩知) 모녀를 위해 곡식과 옷감을 내놓았다.

그로부터 며칠후 효종랑은 진성여왕의 부름을 받고 함께 한 자리에서 은지(恩知)의 효행을 이야기했다. 그러자 진성여왕은

“어린 소녀가 눈먼 어머니를 봉양하는 효행이 참으로 기특하오”

하고는 집 한 채와 쌀 오백 섬을 하사하고 군사 두 명을 상주시켜 은지(恩知)의 집 주변을 도둑으로부터 지키게 하자 마을 사람들은 은지(恩知)가 사는 마을을 효양방(孝孃房)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이 효양방이 불에 타고 은지의 집을 지키던 군사 두 명이 살해되는가 하면 여왕이 은지(恩知)에게 하사한 쌀 오백섬이 강탈당한 사건이 일어났다. 그리고 이 사건이후 여왕을 비방하는 글이 더욱 극열하게 나붙었다. 신라 서라벌(徐羅伐) 관청거리에 붙어 있는 조정과 진성여왕을 비방하는 방(榜)은 떼면 다시 붙이고 떼면 다시 붙이고 하여 조정에서도 골치가 아팠다. 방(榜) 내용도 점점 노골적으로 여왕(女王)과 조정을 비방하였는데 그 내용은 이렇다.

- 진성여왕은 젊은 남자들과 매일같이 황음(荒淫)을 즐기면서 색욕(色慾)에 빠져 있으니 조정의 기강은 무너져 관직이 돈에 팔리고 뇌물이 왔다갔다 하네. 이찬 벼슬은 얼마이고 상대등 벼슬은 얼마인고.... 어진 신하를 쫓아내고 아첨(阿諂)하는 간신(奸臣)들만 조정에 앉아 있으니 나라 꼴을 보면 기가 차네 -

이 방(榜)을 보자 진성여왕은 어느 때 보다 크게 분노하여 범인을 알아내어 잡아 들이라고 명령했다. 그리고 효양방을 불지르고 쌀 오백섬을 강탈할 범인도 잡아들이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방(傍)을 붙힌 범인은 물론 효양방을 불지르고 쌀 오백섬을 강탈해 간 범인도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이처럼 혼란한 가운데 신라 조정은 상벌(賞罰)이 함부로 행해지고 관직(官職)이 돈에 팔리고 뇌물이 난무하는 등 그야말로 조정은 점점 깊히 썩어 들어가고 있었다. 이렇게 되자 지조(志操) 있는 신하들은 스스로 관직에서 물러나 초야(草野)에 묻혀 땅을 일구어 살거나 지방 호족(豪族)의 밑에 들어가 신라 조정에 맞서 싸울 새로운 세력에 규합되기도 하였다. 그것이 자기들이 살 길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러한 신라(新羅) 조정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거타지(居他之)는 노인에게

“좋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어찌하면 되겠습니까?”

하고 묻자 노인은 반가운 기색으로 얼른 대답했다.

“내일 아침이면 또 사미승이 하늘에서 연못으로 내려 올터이니 그 때 화살로 그 사미승을 쏘아 죽여 주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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