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第七의 王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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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第七의 王國
  • 권우상
  • 승인 2018.12.07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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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노인의 말에 거타지(居他之)는

“알았소이다. 내 반드시 어르신 말씀대로 할 것이오. 그런데 말이오?”

“말해 보시오”

“신라는 망할터이니 북쪽에 있는 새로운 나라로 가라고 했는데 그 나라가 어떤 나라요?”

“그건 나도 모르오. 하지만 신라는 분명히 멸망할 터이니 이 기회에 신라를 벗어나시오!”

거타지(居他之)는 신라(新羅) 조정이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노인의 말이 맞을 것이라고 지레 짐작했다. 노인의 부탁을 들어 주기로 승낙하고는 거타지는 그날 밤을 연못가 풀이 우거진 곳에서 숨어 보냈다. 깜빡 잠이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싸늘한 새벽 한기가 온 몸을 감싸 거타지(居他之)는 얼른 잠에서 깨어났다.

먼 동쪽으로 희미하게 여명(黎明)이 밝아 오고 있었다. 노인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거타지(居他之)는 화살을 시위에 잰 채 꼼짝도 하지 않고 풀 숲에 숨어 연못 주위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자 잠시후 노인의 말대로 하늘에서 흘연히 나타난 사미승이 연못 주위를 돌며 다라니경(多羅尼經)을 외우자 연못 위로 용(龍) 세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미승은 입맛이 당기는 듯 그 중 한 마리를 연못 밖으로 끌어 낼려고 했다. 거타지(居他之)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활을 겨누었다. 가슴은 터질 듯이 두근거렸지만 정신은 조금씩 또렷해져 활시위에 팽팽하게 힘이 들어갔다. 숨을 잠시 멈추고 거타지(居他之)는 활시위를 놓았다. 시위를 떠난 화살은 바람보다 빠르게 날아가 사미승의 가슴에 정통으로 꽂혔다. 사미승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퍽 꼬꾸라졌다.

거타지(居他之)가 달려 갔을 때 사미승은 사지(四肢)를 부들부들 떨면서 붉은 피를 입으로 낭자하게 쏟아내고 있었다. 더욱 놀랍고 기괴한 것은 죽은 사미승이 다름 아닌 늙은 커다란 여우였다. 거타지(居他之)가 놀라 그 자리에 우뚝 서 있는데 어제의 노인이 다시 나타나더니 거타지(居他之) 앞에 무릎을 꿇었다. 노인은 아내와 딸인 듯한 두 사람과 함께 있었다.

“고맙소! 이 은혜를 꼭 보답하겠소. 내가 말한대로 북쪽에 있는 나라로 가서 왕씨(王氏) 장군의 수하에 들어가면 앞 날에 좋은 일이 있을 것이오!”

거타지(居他之)는 얼른 노인을 일으켜 세웠다.

“나에게 은혜를 베풀어 주는 것은 고맙긴 하지만 저렇게 사악한 짐승은 죽여도 마땅합니다”

노인은 그렇게 말하고 아직도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딸을 가리키며 말했다. 거타지(居他之)는 노인의 딸을 보자 귀티가 나며 영특하고 천하에 보기드문 절세(絶世)의 미인었다.

“아직은 어리고 보잘 것 없는 아이지만 그대가 거두어만 준다면 평생에 그대를 남편으로 하늘처럼 받들고 모실터이니 그것으로라도 그대의 은혜를 갚을 수 있도록 하여 주시오”

“나에게 북쪽에 있는 나라에 가서 왕씨 장군 수하에 들어가면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 하였으니 그것으로 은혜를 갚은 것이 아니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니 내 딸을 아내로 맞아 데려 가도록 하시오. 그대가 혹 위험에 처하더라도 내 딸이 그대의 목숨을 지켜줄 것이오. 내일 아침 흑도(黑島) 앞 바다에 배가 한 척 떠 있을 터이니 내 딸과 함께 그 배를 타고 북쪽으로 가시오. 그리고 송악(松嶽 : 개성)에 가면 그대가 의지할 자리가 마련될 것이오.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은 어딜 가도 활은 늘 가지고 다니시오. 활이 없는 궁사(弓士)는 잇빨 빠진 호랑이와 같으니 내 말을 꼭 명심하시오. 잠을 잘 때도 늘 머리 맡에 놓고 자시오. 세상이 어지러우니 늘 몸 조심해야 하오! 다시 한번 말해 두지만 지금과 같은 난세(亂世)에는 힘이 있어야 살아갈 수 있소. 그리고 서로 죽이고 죽는 세상이라 조금도 방심해서는 아니될 것이오!”

하고 나서 노인은 딸에게

“너도 잘 알아 들었느냐?”

하자 딸은 머리를 숙이며

“예. 아버지!”

하고 대답했다. 노인은 다시 거타지(巨他之)에게

“내 딸 연추를 잘 부탁하오. 비록 애비와 자식이라도 인연이 다하면 헤어지는 법이오!”

하고는 딸만 남겨놓고 흘연히 사라졌다. 노인의 딸 이름은 연추(淵酋)라고 했다.

거타지(巨他之)는 연추(淵酋)에게

“내 아내로 따르겠는가?”

“아내가 남편을 따르지 않으면 누굴 따르겠습니까”

“으음.. 이제부터 나도 연추와 함께 생사고락을 할 것이다”

“고맙습니다”

거타지(巨他之)는 연추(淵酋)의 두 손을 꼭 잡았다. 두 사람의 얼굴에는 함께 생사고락을 같이 하겠다는 굳은 의지가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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