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第七의 王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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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第七의 王國
  • 권우상
  • 승인 2019.02.19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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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회

동생의 진술이 끝나자 누이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저는 죽은 아버지의 유언대로 했을 뿐입니다. 동생이 가난으로 고생하는데 동기로서 부모 유산을 독차지하고 나누어 주지 않는다고 화해하라는 권고를 많이 들어 왔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은 죽은 아버지의 뜻에 어긋나기 때문에 차마 그럴 수도 없었습니다”

방청객들의 코웃음이 터졌다. 실로 깜찍스러운 궤변이었기 때문이다.

“그 망부(亡父)의 유언에 추호도 거짓이 없는가 ?”

“예. 틀림없이 그렇게 들었습니다”

“그런 유언을 들을 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가 ? 그때 심정을 제각기 말해 봐라”

“저는 그런 유언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전연 기억이 없습니다. 그리고 설령 들었다 해도 당시 제 나이가 여섯 살이었기 때문에 아무런 생각도 못했을 것입니다”

하고 소년이 먼저 대답했다.

“그 다음은 ?”

누이가 역시 야무지게 입을 열었다.

“그 유언을 들었을 때는 이상하게 느낄 여유가 없었습니다. 이젠 아버지가 정말 죽는가보다 하는 슬픔으로 가득차 있었기 때문에 전혀 다른 생각을 할 경황이 없었습니다”

이 깜찍스런 답변에 방청객들은 또 다시 혀를 차며 누이를 미워했다.

“그때는 딸된 도리로 그랬을 것임을 짐작하지만 그 뒤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상하다고 생각해 본 일은 없느냐?”

“ .............”

이 사또의 질문에 대해서 누이는 대답을 못했다.

“왜 대답이 없느냐?”

“역시 아버지가 저를 더 귀여워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먼저도 말씀드린바와 같이 재산은 아버지의 뜻대로 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럼 증인에게 묻겠다. 증인들은 그런 유언을 들었을 때 이상하다고 생각했던가 안했던가?”

한 증인이 말했다.

“이상한 유언으로 느꼈습니다. 하도 이상해서 물어보고 싶었지만 때와 장소가 운명할지 모르는 병석이라 참았습니다”

다른 증인이 말했다.

“저는 그가 죽게 되니까 무슨 정신병에 걸려서 횡설수설하는 모양이라고 느꼈습니다”

“저도 죽게 되니까 정신이 돌아버린 줄 알았습니다”

증인으로 나온 세 사람이 이런 답변을 하자 방청객들은 잘한다고 성원을 보냈다. 이제는 판관(判官)의 판단만 기다리게 되었다.

“본관은 이 사건이 법으로 보다는 세상의 상식과 순리, 그리고 한 아비의 핏줄을 이어받은남매간의 우애로 원만히 화해되기를 바란다....”

이 말에 방청객들은 실망하기 시작했다.

“흥. 별수 없구나.. 허울 좋은 명판관이었구나... 괜히 구경왔다..”

“재판을 하는 이상 시비를 가려야겠다. 문제는 그 유언의 비밀에 있다고 본관은 판단했다..”

이 말에 소송 관련자를 비롯한 많은 방청객들의 귀가 번쩍 트였다. 지금까지 여러 번 열렸던 재판에서는 전연 다루어 보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새로운 문제점을 지적했기 때문이다.

“이젠 궁금한 수수께끼가 풀리나 보다”

모두 흥미있는 기대를 걸고 귀를 기울였다.

“부모의 자식 사랑에는 딸과 아들의 차별이 없다. 그런데 이미 장성해서 출가까지 했기 때문에 생계에 걱정이 없을 딸에게는 전재산을 상속해 주고 부모가 모두 세상을 떠나고 고아가 될 어린 아들에게는 야박하게 할 아버지가 어디 있겠는가. 부모를 여윈 아이를 사랑으로 길러 줄 사람은 누이 밖에 없으며 누이는 또한 당연히 그래야 할 인륜상의 책임이 있다....”

이 때 누이가 대담하게 나섰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여섯 살 때부터 열 두 살이 되도록 남편의 눈치를 보며 동생을 먹이고 입혀서 키웠습니다”

“그렇다면 동기의 핏줄은 열 두 살이면 끊어진다더냐 ! 잠자코 듣고 있어라 !”

판관(判官)이 호령을 했다.

“만일에 너희들 부친이 남매에게 재산을 똑 같이 나누어 주거나 동생에게 더 주고 죽으면 그 재산 때문에 남매간에 불미한 분쟁이 생길까 두려워한 것이 임종할 때의 걱정이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전재산을 일단 성장한 누이에게 맡겨두면 제 재산으로 알고 아껴서 잘 보존해 갈 것으로 너희들 부친은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동생이 성인이 되면 누이가 동생의 살림을 차려주기 위해서 적어도 그 재산의 절반은 나누어 줄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그러나 너 같은 욕심이 많고 악독한 누이가 있을 경우에는 이미 장성한 동생이 응당 억울한 사정을 관가에 호소할 것이므로 그 때 관가에 나갈 옷도 없을 동생을 위해서 갓과 두루마기와 미투리와 백지 네 가지 유품을 남겨 주었던 것이다......”

“네. 그렇습니다. 지금 제가 입고 있는 옷과 쓰고 있는 갓과 신고 있는 미투리가 바로 그 유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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