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사또의 판결
상태바
현명한 사또의 판결
  • 권우상
  • 승인 2019.06.28 14: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우상 명리학자. 역사소설가

옛날 어떤 젊은이가 머슴살이를 떠나면서 몇 년 동안 끼니를 굶어 가며 모은 돈 백 냥을 마을의 한 노인에게 맡기면서 가을까지만 보관해 달라고 부탁했다. 가을이 되어 젊은이가 돌아와 맡겼던 돈 백 냥을 돌려 달라고 하자, 탐욕스런 노인은 “내가 언제 자네 돈을 받은 일이 있었는가?” 하고 잡아떼는 것이었다. 젊은이는 하는 수 없이 관청에 심판해 달라고 상소했다. 고을 사또는 두 사람을 불러 놓고 묻기 시작했다. “영감, 당신은 이 젊은이의 돈을 받은 일이 있소?” “없습니다.” “젊은이 자넨 돈을 어디에서 이 영감에게 맡겼는가?” “동구 밖 큰 소나무 밑에서 맡겼습니다.” “이건 모함입지요! 저는 맹세코 저 사람의 돈을 맡은 일이 없습니다” 노인은 억울하다는 듯이 큰 소리로 말했다. 사또가 젊은이에게 말했다. “증인도 없이 자네가 돈을 맡겼다는 것을 누가 증명한단 말이냐! 그런즉 그 소나무한테 가서 증명서를 받아 오너라!” ‘그 소나무가 어떻게 증명서를 쓸 수 있단 말인가’ 영감은 속으로 웃음이 나왔으나 꾹 참고 정색을 하고 있었다. 젊은이가 떠난지 거의 30분이 지났을 때, 사또는 영감을 보고 상냥하게 웃으면서 물었다. “이젠 소나무한테 거의 갔을까요?” “천만에요, 아직 멀었습니다” 노인이 대답했다. 거의 한 시간이 지난 후에 사또가 다시 물었다. “한 시간이나 지났으니 이제 소나무한테 다 갔겠지요?” 그러자 노인은 “예, 인제 도착했을 겁니다!” 하고 대답했다. 거의 두 시간이 지나서야 맥 없이 돌아온 젊은이는 사또 앞에서 머리를 숙인 채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영감은 돈 백 냥을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떼어 먹었구나! 하고 생각하니 마음이 호뭇했다. 그런데 뜻밖에 사또가 여러 사람 앞에서 “이 몹쓸 영감!” 하고 벼락같은 호령을 하더니 말했다. “그 소나무 밑에서 영감이 돈을 맡지 않았다면 어떻게 그 소나무가 어디에 있으며, 이곳에서 얼마나 먼 곳에 있는가를 어찌 알 수 있는가? 그런즉 영감은 젊은이의 돈을 떼어 먹자는 수작이 분명하다!” 거짓을 추궁하자, 탐욕스러운 노인은 현명한 사또 앞에서 꼼짝없이 사실대로 고백했다. 이 이야기에서 사또는 논증의 일종인 「귀류적 논증」으로 사건의 진상을 밝혀냈던 것이다. 논증은 일종의 추리형식에 따라 「연역적 논증」과 「귀납적 논증」으로 나누고 논증방식에 따라 「직접적 논증」과 「간접적 논증」으로 나누게 된다.

예를 들면 「민주주의는 반드시 승리하고 독재는 반드시 멸망한다」라는 논제를 연역적 논증방식으로 논증한다면 이렇게 할 수 있다. 논거로서 「정의는 반드시 승리하고 불의는 반드시 멸망한다」는 것을 들고, 그 다음엔 「민주주의는 정의며, 독재는 불의다」라는 것을 든다. 그러므로 「민주주의는 반드시 승리하고 독재는 반드시 멸망한다」 이렇게 연역추리의 형식을 운용하여 진행되는 논증이 바로 「연역적 논증」이다. 연역적 논증의 특징은 논제가 특수한 경우에 대한 판단이고, 논거가 일반적인 원리라는데 있다. 연역적 논증을 진행할 때 일반적인 원리를 특수한 경우에 정확하게 응용했는가에 유의해야 한다. 만일 일반적인 원리를 이 원리에 맞지 않는 특수한 경우에 응용했다면 그 일반적인 원리가 진리라 하더라도 논제의 진리성에 확증될 수 없으며, 따라서 논증의 목적에 도달할 수 없게 된다. 「귀납적 논증」이란 귀납후 거의 형식을 이용」하여 진행되는 논증을 말한다. 예를 들면 「침략전쟁을 일으키면 반드시 멸망한다」라는 논제를 귀납적 논증의 방법으로 논증하려면 이렇다. 「파쇼 독일은 침략전쟁을 일으키고 멸망했다 = 파쇼 이탈리아는 침략전쟁을 일으키고 멸망했다 = 일본제국주의는 대동아 침략전쟁을 일으키고 멸망했다」 이러한 논거에 근거하여 논제의 진리성을 충분히 논증할 수 있다. 이처럼 귀납추리의 형식을 이용하여 진행되는 논증이 바로 「귀납적 논증」이다. 「귀류적 논증」이란 논제와 대립관계에 있는 판단이 거짓임을 증명함으로써 논제의 진리성을 논증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현명한 사또」라는 이야기에서 「영감이 소나무 밑에서 돈을 맡았다」는 논제와 대립되는 「영감이 소나무 밑에서 돈을 맡지 않았다」는 판단을 설정하고, 이 판단이 거짓임을 밝힘으로써 「영감이 소나무 밑에서 돈을 맡았다」는 논제의 진리성을 논증했던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