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第七의 王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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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第七의 王國
  • 권우상
  • 승인 2019.07.09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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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

최충헌은 타이르듯 말했다. 백발이 성성한 노파에게 말하는 최충헌의 태도는 아직 노파보다 훨씬 나이가 젊으면서도 인자한 아버지처럼 점잖았다.

노파는 겨우 울음을 그쳤다

“제 말씀을 들어보십시오, 대감 나으리!”

“어디 말을 해보시오”

“저는 원래 늙은 남편과 어린 딸과 셋이서 살았습니다. 가난한 살림이지만 남부럽지 않게 그럭저럭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오늘 빨래를 하러 냇가에 나갔다 돌아와 보니.....”

여기까지 말하고 노파는 다시 흐느껴 울기 시작하였다.

“돌아와 보니 무슨 변이 생겼단 말이오?”

노파는 대답을 못하고 그저 울기만 했다.

그러자 노파를 따라 온 동네 사람 하나가 대신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댁 영감님하고 딸아이가 한꺼번에 죽어 있었답니다”

노파는 다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최충헌의 소매를 잡아 흔들며 애걸복걸했다.

“대감 나으리! 원수를 갚아 주십시오. 우리 영감은 나쁜 일이라곤 털끝만치도 한 적이 없고, 우리 딸년은 철모르는 어린아인데 그걸 죽이다니 그 고약한 인간을 찾아서 원수를 갚아 주십시오”

울부짖는 노파를 달래며 최충헌(崔忠獻)은 일어섰다.

“우선 가봅시다. 시체라도 봐야 무슨 짐작이 가지 않겠소?”

최충헌은 노파와 마을 사람들을 거느리고 그 집으로 갔다. 집안에 들어서 보니 너무나 참혹한 광경이었다. 과연 늙은 남자와 어린 계집아이가 쓰러져 있는데, 노파의 남편으로 짐작되는 늙은이는 목줄기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 있었고. 어린계집아이는 배가 물동이처럼 부어서 죽어 있었다.

그런데 죽은 것은 두 사람만이 아니었다. 고양이 한 마리가 두 동강이나 쓰러져 있고, 그 옆에 뱀의 대가리가 구르고 있었다.

“그거 참 이상한 일이군!”

최충헌이 턱을 고이고 생각에 잠겼다.

그 때 마을사람 하나가 마루 밑에 떨어진 낫을 가져오며 말했다.

“대감 나으리! 바로 이겁니다. 이걸로 죽인 모양입니다”

과연 시퍼렇게 날이 선 낫에는 시뻘건 피가 묻어 있었다.

( 피묻은 낫, 목에서 피를 흘리는 늙은이, 허리가 두동강이 난 고양이....이것만 본다면 죽였을 때 집에 있던 고양이가 울어대므로 그 허리를 쳐서 두 동강이를 냈는지도 모르지, 그렇지만 저 계집아이의 배가 물동이처럼 부어 죽은 것은 어떤 까닭일까? )

최충헌(崔忠獻)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었다.

이 때 그 집 뒤꼍에 쌓아 놓은 퇴비 속에서 부시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저게 무슨 소리냐? 저 퇴비더미를 뒤져 보거라!”

최충헌의 말에 마을 사람들이 달려가서 그 퇴비더미를 뒤져 보았다. 그리고 그 속에서 한 중년 남자를 끌고 나왔다.

그 남자는 마을에서 침쟁이 노릇을 하는 남자였다.

“네놈의 짓이로구나!”

최충헌(崔忠獻)이 소리쳤다.

“아닙니다. 저는 아무 죄도 없습니다”

침쟁이는 사시나무처럼 몸을 와들와들 떨고 있었다.

“거짓말 마라!”

하고 최충헌은 침쟁이를 묶어 놓고 마치 그 자리에서 보고 있었기나 한 듯이 말했다.

“여보 노파, 이 아이는 가끔 배앓이는 하지 않았소?”

“바로 맞았습니다. 대감 나으리! 오늘 아침에도 배가 아프다고 우는걸 보고 나갔습죠”

“침쟁이는 들어 보아라. 오늘 아침 이 아이가 배가 아프다고 울고 있는데, 마침 너는 이 집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그때 이 집 주인이 너를 보고 불러들여 침을 놓아 달라고 했지. 너는 이 아이 배에 침을 놓았다. 그런데 침을 잘못 놔서 배가 아픈 것을 고치기는 고사하고 물동이처럼 통통부어 죽게 만들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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