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
.....그러니 아이 아버지가 가만히 있겠느냐? 생사람 죽였다고 덤벼들었을 것이다. 두 사람은 옥신각신하다가 마침 기둥에 걸린 낫을 보고 네가 그 낫으로 이 집 주인의 목을 찔렀지. 주인이 피를 흘리고 쓰러지는 것을 보자 겁이 나서 고양이도 그 낫으로 죽였다. 그리고 도망치려는데 하늘이 네 죄를 미워하셨는지, 독사 한 마리가 나타나서 너에게 덤벼들었다. 너는 그 독사도 낫으로 목을 잘랐다....
.....그 때 밖에서 이 집 노파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너는 허둥지둥 숨는다는 것이 이 퇴비더미 속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그렇지 않느냐?”
그리고 최충헌(崔忠獻)은 수하 장졸들에게 소리렸다.
“ 이 극악무도한 놈을 잡아 묶어라”
“예잇”
장졸들은 달려들어 침쟁이를 꽁꽁 묶었다.
“억울합니다. 천지신명께 맹세하고 제가 죽이지 않았습니다”
“네가 죽이지 않았다고?”
최충헌은 비꼬는 눈초리로 침쟁이를 노려 보았다.
“ 죄인이 네가 아니면 따로 있을 것이 아니냐? 그 죄인을 대라!”
그러자 침쟁이는 고개를 푹 떨구었다.
“죄인은 없습니다. 누구의 죄도 아닙니다”
“무슨 소리를 하느냐? 죽인 사람이 없이 어찌 사람이 둘이나 죽어 넘어졌느냐?”
“곧이 듣지 않으실는지 모르지만 제 이야기를 들어 주십시오. 대감 나으리”
침쟁이는 애걸복걸했다. 최충헌은 이놈이 법이 무서우니까 발뺌을 하는구나 싶어서 더 듣지 않고 수하 장졸들에게
“이놈을 관가로 끌고 가라!”
하였다. 장졸들이 달려들어 끌고 갈려고 하자 최충헌(崔忠獻)은
“잠시 멈추거라”
하였다. 열 사람의 도적을 놓칠지언정 한 사람의 억울한 죄인을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놈의 소행이 틀림없겠지만 어디 말이나 들어보자고 생각한 최충헌은 침쟁이를 향해 호통쳤다.
“어디 네 말을 들어보자. 그렇지만 거짓말을 했다가는 벌이 한층 더 무거워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믿으시고 안 믿으시고는 대감 나으리께서 생각하시기에 달렸습니다. 그렇지만 제 말은 천지신명께 맹세하고 참말로 드리는 것입니다”
침쟁이가 더듬더듬 이야기 하는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침쟁이가 마침 이 집 앞을 지날 때였다. 갑자기 집안에서 자지러지게 어린애 우는 소리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