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第七의 王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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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第七의 王國
  • 권우상
  • 승인 2019.09.05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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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

“이처럼 무례하게 먼길에 피로하신 외간 손님을 깊은 밤에 들어 오십사하여 미안하고 죄송한 말씀 사뢸길이 없습니다. 그러하오나 괘심히 여기지 말고 잠깐만 누추한 처소이오나 들어와 주시면 이와 같이 당돌한 짓을 하게 된 말씀을 고하겠습니다”

이택수는 얄궂은 처녀의 몸태도에 몸둘 곳조차 모를 만큼 당황했다. 그러나 이왕 이곳까지 들어온 이상 방문 안이라도 못들어갈 것은 없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어 처녀가 인도하는 대로 들어갔다.

처녀는 공손하고도 다정하게 이택수를 상좌에 맞이하고, 맑은 촛불에 이택수의 얼굴을 다시 한번 살펴보고는 미소를 지으며, 옷 끈을 걷어잡고 방 한편으로 조심스럽게 앉았다.

“실상인즉, 규중처녀로서 이처럼 당돌무례한 짓을 하게 된 것은 따로 그럴만한 사정이 있사와.....”

처녀는 여기까지 말하고 잠깐 이택수(李澤洙)의 표정을 살핀 후에

“소녀는 어려서 모친을 잃어버리고 계모 슬하에서 자라오던 중이온데 계모가 몹시 간악하여 갖은 학대를 다해왔고 심지어는 소녀가 시집가는 일까지 간섭하여 자기의 친정 사촌 중에 불구자로 나이 사십이 되도록 아직 장가를 가지 못한 사람에게 억지로 시집을 보내려고 합니다...

그러나 아버님께서는 불구자가 아니라고 속여가지고 기어이 정혼을 했으며 내일이면 사주를 받게 되는 날인데 그대로 있을 수 없어서 아버님에게 말씀 올렸으나 듣지 아니하시고 조부님께 말씀 올렸으나 조부님은 아버님의 말씀만 믿으시니 이대로 있다가는 여자의 일생을 그리칠 것이라 생각되기에 야밤에라도 도망하여 이 집을 나가려고 모든 준비를 다하였으나 차마 규중 아녀자의 몸으로 기약 없는 길을 떠날 수 없고, 혹시라도 믿음직한 남자가 있다면 그에게 백년을 허락하고라도 이 날이 밝기 전에 탈주하려는 차에 저녁에 집에 점잖은 손님 한 분이 들어오셨다는 말을 듣고 번연히 불기한 줄 알면서도 밤을 타서 문틈으로 엿보았더니 가히 백년을 허락할 믿음이 있는 것 같아 감히 실례를 무릅쓰고 이와 같이 여쭈었습니다.......

......저의 이 사정을 통촉하신다면 정실을 허락지 못할 사정이시라면 비첩지열이라도 용납케 하시고 그도 들어주시지 못하겠다 하시면 이 밤으로 이 목숨을 청산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말을 들은 이택수(李澤洙)는 너무나 놀랐고 난처하여 한참동안 함구무언 하다가 얼마후에야 입을 열었다.

“그대의 말씀을 들으니 사정이 매우 절박하구려... 하오나 나로서는 이 밤으로 주인장께 알리지 않고는 나가지 못할 사정이니 그대가 만일 밤 사이에 미리 어느 곳으로 도망해 가지고 있겠노라 하면 밝은 날에 나는 아무 거리낌 없이 주인께 작별을 하고 나간 후에 소저(小姐)가 있는 곳을 찾아가서 그대와 같이 따나는 것이 어떠하올지요...”

그 말을 들은 처녀는 다소 언짢아하면서 말했다.

“손님께서는 소녀를 천하다고 하지 않소. 조금도 의심치 마시오”

“그럼 이 밤은 이 방에서 지내시고 아주 연분을 맺으신 후에 새벽에 소녀는 이 집을 떠나고 손님께서는 객실로 나가시면 어떠하올는지요. 인연을 맺은 후에야 오히려 손님을 믿는 마음이 있을 것 같사오니 처분이 어떠하실런지요”

이택수(李澤洙)는 입가에 웃음을 띄우며

“그야 어려울 게 없지요. 그러나 만일 밤 사이에라도 이 댁에서 아시게 된다면 남의 집 귀중한 따님을 범한 죄가 되니 그것이 두렵습니다”

“그 일은 조금도 염려 마시어요”

하며 처녀는 수줍음을 못이겨 하며 손수 원앙 금침을 폈다. 그리고 이어 촛불을 꺼고 이불 속으로 두 사람의 그림자가 사라지게 되었다. 이택수(李澤洙)는 처녀를 보듬어안고 꿈같은 열정을 풀어 낼려고 흥분된 숨소리를 가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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