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運)에 의해 군주에 오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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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運)에 의해 군주에 오른자
  • 권우상
  • 승인 2019.09.06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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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명리학자. 역사소설가
권우상 명리학자. 역사소설가

동서양을 불문하고 고대 국가의 도읍은 사각형의 성벽으로 이뤄져 있다. 그 이유는 도읍지가 될 만한 땅은 넓은 대지였고, 대지는 거대한 직사각형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도읍지는 사각형으로 확 트인 장소라야 사고력이 활력을 얻어 마음껏 표출된다. 해서 사람의 사고력도 사각형 안에 마음껏 펼칠 수 있지 않나 싶다. 이는 사람에게는 상상력이 있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다. 그런데 도읍지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독창성이나 창조성은 사고력이 좁은 직사각형 형태를 갖추지는 않는다. 사람은 언제부터인가 사고력을 방어적으로 갖추어 왔다. 그래서 다른 사람을 거부하기 용이하다. 사고력의 사방에 감정이라는 벽을 둘러치고, 다른 사람과 공유해 온 천지를 국가간의 경계처럼 극단적으로 좁혀 버렸다. 정(鄭)나라 때 일이다. 어느 날 자산(子産 : 鄭나라 穆公의 후손)은 나눌 이야기가 있어 비심(卑諶 : 鄭나라 대부)의 집을 찾아갔다. 비심이 물었다 “자산님, 나라가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이 무렵 정나라는 진(秦), 위(衛), 노(魯), 주(周), 송(宋), 제(齊), 진(晉) 등 주변 강대국에 둘러 싸여 위기에 놓여 있는 상황이었다. 자산이 말했다. “그런 일이라면 비심께서 잘 아실텐데요.” 자산은 풀 한 포기를 내보였다. “이것은 우리집 마당에 자라고 있던 풀인데 내가 알고 싶은 것은 도성 밖의 풀입니다. 함께 살펴보러 나가지 않겠습니까?” “풀구경하러?” “그렇습니다. 풀은 집안이나 논밭에 자라면 피해가 되지만 둑이나 들판에 자라면 피해가 되지 않습니다. 풀이 유해하고 무해한 것은 사람이 결정하는 것입니다. 풀의 입장에서는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지요.” 비심은 웃었다. “우스운가요?” “그것은 약초입니다. 유해하기는 커녕 유익한 풀이지요.” “그렇습니다. 약초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유익한 풀이지만 모르는 사람에게는 정원을 더럽히는 잡초에 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한 포기의 약초로 얼마나 많은 환자들을 고칠 수 있습니까.” 비심은 풀구경을 하러 나가자고 했다. 두 사람은 들판으로 나갔다. 들판은 무성한 꽃들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맑은 개울물이 보이는 언덕에 두 사람은 앉았다. 비심이 물었다. “풀이란 백성을 가리키는 말씀입니까?” 자산이 말했다. “정나라 백성들은 지금까지 고통스런 상황을 잘 견뎌 주었고 지금도 잘 견디고 있습니다. 백성은 조상들의 인내를 배우며 자랐고 살아가는 것은 인내하는 것이라는 판단으로 그 이상은 거의 포기하며 살고 있습니다. 백성들이 흔들리면 정치는 불안해지기 마련입니다. 이 나라엔 너무나 희망이 없습니다.” 자산(子産)은 나라를 허공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는데 비심(卑諶)이 말했다. “정나라는 중화에서도 중심에 위치해 있고 교통의 요지이기 때문에 일찍부터 상업이 흥했습니다. 국토는 비옥하기 때문에 농산물도 풍부하지요. 이렇게 좋은 조건을 갖춘 나라는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나라는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는지 참담한 마음입니다.” 자산(子産)은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백성들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국가는 존속할 수 없습니다.” 이 말을 서주(西周) 왕조가 멸망하기 전에 경사(卿士)인 소공(召公)이 포악하고 오만한 여왕(厲王)에게 충고한 말이다. 「백성의 입을 막는 것은 물길을 막는 것 보다 어렵다. 물길을 막으려다가 그것이 터지면 많은 사람들이 다치게 된다. 백성도 이와 같다. 여왕은 언론 탄압을 실시했고 정치를 비판하는 지를 결코 용서하지 않는다. 그러나 소공은 백성들의 침묵만큼 무서운 것은 없다고 생각하여 백성의 입을 막는 것은 물길을 막는 것과 같으며, 만약 물길을 막았다가 그것이 터져 한꺼번에 많은 물이 쏟아져 내리면 많은 사람들이 다치듯 백성들의 입을 막는 것도 이와 같다」고 충고한 것이다. 그러나 여왕은 그 말을 듣지 않았고, 3년후에 백성들에게 버림을 받아 여왕은 권좌에서 쫒겨났다. 니콜라 마키아벨리는 자신의 저서 「군주론」에서 「일개 평민에서 다만 운(運)이 좋아서 군주가 된 자는 그 지위를 쉽게 얻은 셈이지만 경험없는 지배자는 어려움을 겪는다.」 공짜로 거저 주운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에 모든 시련은 닥쳐온다는 것이다. 운(運)에 의해 군주에 오른자는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하다면 어떤 수단이나 방법도 동원한다고 마키아벨리는 말한다. 대한민국 문재인 정권의 향후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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