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第七의 王國
상태바
[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第七의 王國
  • 권우상
  • 승인 2019.09.06 13: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0.

촛불이 꺼지고 한참을 지났을까... 창밖에서 갑자기 요란스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이놈! 아 그놈이 바로 이 방에 있으니 문을 여는 즉시 들이닥쳐서 단번에 붙들든지 만일 놓치게 될 양이면 칼로 목을 베어 죽여서 잡더라도 꼭 붙들어야 한다. 이런 천하에 죽일 놈이 있나. 여기가 어디라고 남의 집 처녀 혼자 자는 방에 들어와... 에이 그저 그놈의 대가리를 깨뜨려 죽여서라도...”

나이 사 오십이 된 장정이 분에 못이겨 하는 말소리였다. 바야흐로 의대(衣帶)를 끌러놓고 황홀한 새 인연을 맺으려는 때에 이런 급박한 형세를 당하게 되자 이택수는 황급하게 옷을 입는 둥 마는 둥 하고 도망칠 곳을 살폈다. 처녀도 온몸을 발발 떨면서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우선 뒷창문을 열러 주며 이택수를 도망치게 하였다.

이택수는 아무 생각도 못하고 그대로 도망질해 나가서는 뒤를 살필 겨를도 없이 담을 훌쭉 뛰어 넘고 울타리를 넘어 어느 산기슭으로 가서 가쁜 숨을 몰아쉬며 털썩 주저 않았다.

그리고서야 목숨이 붙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 계집의 유혹을 받은 것이 후회도 되었으나 그 유혹이 아무래도 심상치가 않았다.

이대로는 집으로 갈 면목도 없고 그렇다고 다른 곳으로 갈 만한 데도 없었다. 날은 어느덧 밝아왔다. 그가 앉은 앞길에는 소경(장님) 한 사람이 지나가고 있었다. 이택수는 하도 답답해서 점이나 쳐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택수의 청을 받은 소경는 마치 이택수의 얼굴을 보는 듯이 흰자위만 남은 눈망울을 굴려가며 한참을 생각하다가

“여보시오! 복채도 없이 무슨 점을 보시오?”

했다.

“복채가 있는지 없는지 어떻게 안단 말이오?”

“흥. 이 선비가 날 바지저고리로 아는구만.. 내가 눈이 없어 앞을 보지 못한다고 남의 마음속까지 못보는 줄 아시오? 그렇게 생각하면 안되지요. 나는 못 속입니다. 당신 어젯밤에 꼭 칠백 냥 돈을 도둑 맞았소. 그래도 호소 한마디 못하게 된 처지가 되었구려... 흐흐흐... 아니면 아니라구 말해 보시오?”

이택수가 들으니 과연 족집게였다. 할 수 없이 그러한 처지에 있다는 것을 말하고 어떻게 하면 그 재물을 다시 찾을 수 있겠는가를 애원하듯이 물어 보았다.

“그러면 그렇지 될 말인가.....”

소경은 자만심에 넘친 듯이 그렇게 말하고는 산통을 꺼내어 흔들었다.

“여보슈, 도적은 벌써 어제 해질 무렵에 맞은 것이오. 당신 어제 저녁 노상에서 말을 물어본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의 집을 찾아가서 이름을 알아가지고 고 놈이 노상에서 강탈한 걸로 연극을 해보슈. 그러면 모든 일이 다 잘 될 것이오”

하고는 소경은 그대로 지팡이를 저으며 가던 길을 가버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