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第七의 王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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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第七의 王國
  • 권우상
  • 승인 2019.10.31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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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

이때 조일신은 좌승상으로 승진되어 관부감찰을 겸직하며 찬화안사공신의 칭호를 받았다.

조일신은 공민왕이 원나라에 있을 때 시종을 도맡아 하던 인물이었다. 그러한 공로로 공민왕이 즉위한 이후에는 참리 벼슬을 받고, 왕과 함께 고려로 돌아온 후에는 찬성사로 승진하여 시종공의 1등공신에 책록되었다.

하지만 그는 공민왕의 개혁정치에 걸림돌이 되는 인물이었다. 조일신은 공민왕이 원나라에 머물고 있을 때 많은 어려운 일을 도맡아 했는데, 그 공로를 내세우며 횡포와 전횡을 일삼았다.

또한 조일신은 원나라에 오래 머물러 있었기 때문에 친원(親元) 세력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따금 공민왕에게 원나라 조정에서 권세를 얻은 고려인들의 친족들에게 벼슬을 내릴 것을 권유하기도 하였다.

뿐만 아니라 조일신은 공민왕의 정방 철폐에도 반대했다. 이러한 조일신의 행동은 공민왕의 개혁정치에 상반되는 일이라 공민왕으로서는 그냥 두기 어려운 인물이었다.

그런데 조일신은 정방(政房)의 부활을 주장하며 공민왕과 대치하고 있었다. 그는 정방의 철폐로 벼슬을 내리는 일이 너무 까다로워졌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정방이 유지될 때는 신하를 세우는 일이 아주 간단하였기 때문이다. 정방을 장악하고 있는 권신이 마음만 먹으면 누구에게나 벼슬을 내닐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정방이 철폐되고 인사에 관한 업무가 각 부로 이관된 후에는 완전히 상황이 달라졌다. 단 한 명의 관리를 세우는 데도 여러 절차와 결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조일신은 원나라에서 권력을 행사하던 사람들의 청탁을 받고 벼슬을 내리고 싶었는데 인사행정의 까다로운 절차 때문에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없었다.

이 때문에 화가 난 조일신은 공민왕을 찾아가 정방을 부활시킬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그러자 공민왕은 옛 정리 때문에 냉정하게 거절하지 못하고 타이르듯이 말했다.

“옛 제도를 회복한 지 며칠도 되지 않아 또 개변한다면 사람들의 웃음거리밖에 안 될 것이오. 그대가 부탁할 일이 있거던 내게 말하시오. 내가 그 인사 소임을 맡은 사람에게 지시하면 누가 복종하지 않겠소 ? 그러니 심기를 불편하게 갖지 말고 내 뜻을 헤아려주시오”

이 말은 듣고 조일신은 화난 음성으로 이렇게 말했다.

“제 말을 듣지 않으시니 무슨 면목으로 다시 원나라 조정의 사대부들을 모겠습니까? 하오니 사직을 청하오니 가납해 주시옵소서”

“그만한 일로 사직을 청하다니.. 하기야 아무리 높은 벼슬이라도 하기 싫다고 한다면 도리가 없는 일이 아니오”

그 후에 조일신은 관청에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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