兩忘,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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兩忘,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
  • 권우상
  • 승인 2019.11.15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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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명리학자. 역사소설가

13세기 때 일본의 도원(道元)선사가 중국에서 선(仙)을 배우고 귀국했을 때 무엇을 배우고 왔느냐고 묻자, 도원선사는 이렇게 대답했다. “눈이 옆으로 나고 코가 세로로 달려 있는 것을 진실로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空手(공수 : 빈손)로 돌아왔습니다.” 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처음에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의 웃음 소리에 묻어 있는 인생의 공허함을 문득 깨달았다고 한다. “눈은 옆으로 코는 세로로(眼橫鼻直) 달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라는 말 속에는 오직 한번 뿐인 이 인생의 엄숙함을 겪어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어떤 경지가 숨어 있다. 매우 단순한 이 사실에 감사할 수 있게 되기까지 타국에서 10년이란 긴 세월동안 수행해야 했다는 것을 도원선사도 절실히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는 새삼스럽게 자신의 얼굴을 쓰다듬었다고 한다. 이를 두고 어느 시인은 이렇게 노래했다. 「눈과 코와 귀와 입이 갖춰진 얼굴을 / 내가 갖고 있음을 깨달았노라」 마지막의 「깨달았노라」라는 구절이 헤아릴 수 없는 무게로 가슴에 와 닿는다. 그것은 도원선사가 수행한 10년의 무게이다. 「버들은 푸르고 꽃은 붉다 - 아름다운 봄의 풍경입니다. 파랗게 돋아난 봄의 풍경 그대로 내가 갖고 있음을 깨달았노라」 마지막의 「깨달았노라」는 구절이 헤아릴 수 없는 무게로 가슴에 와 닿는다. 그것은 도원선사가 수행한 10년의 무게이다. 버들은 푸르고 꽃은 붉다 - 아름다운 봄의 풍경입니다. 파랗게 돋아난 봄의 풍경 그대로 생동하는 진리를 보여 주고 있는 데에 놀란 시인 소동파는 숨을 죽여 감탄했다고 한다. ’버들은 푸르고 꽃은 붉다‘고 하는 당연한 사실에 감동하는 데에는 엄격한 수행이 필요하다. 버들은 푸르고 붉다 - 버들도 꽃도 자신의 모습 그대로 다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고 꽃이나 버들이 애써 자신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어니다. 다만 꽃이 갖고 있는 그대로 일 뿐이다. 이 사실을 체득하는 것이야말로 진실된 「불망어계(不妄語戒)」다. 그것은 단지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계율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거짓을 부정함으로써 「진실」을 드러내는 것이다.

삼라만상 의 모든 존재가 속임없이 그대로 진실을 나에게 말해주고 있음을 적극적으로 받아 들일 때 「불망어계」의 참뜻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될 것이다. 「채근담」 원문을 보면 「아기가 태어나면 엄마가 위태롭고, 돈이 쌓이면 도적이 노린다. 어찌 기쁨이 근심으로 이어지지 않겠느냐(子生而母危 鏹積而盜窺 何喜非憂也)」라고 되어 있다. 아기를 낳을 때에는 모자가 모두의 생사가 달려 있다. 의학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산모가 아기를 출산할 때는 위험이 따른다. 「강(鏹)」이란 지금은 사문(死文)인 글자지만 원래는 돈을 궤는 끈을 말한다. 옛날 동전에는 구멍이 뚫려 있어 끈으로 동전을 궤어서 보관하거나 가지고 다녔다. 「강을 쌓는다(鏹積)」는 말은 재산을 많이 모았다는 뜻이다. 재산을 많이 모으면 도적이 노리기 때문에 도난 당할 우려가 있다. 이처럼 기쁨에는 반드시 근심이 뒤따르게 된다. 이 근심과 공허함을 경전에서는 「논이 있으면 논을 걱정하게 되고 집이 있으면 집을 걱정하게 된다」고 하였다. 반면 가난과 병고의 역경 속에도 인생의 의미를 진실로 느끼게 되면 마음이 평안해진다.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젊었을 때 가난을 많이 체험하라. 괴로움을 겪어라. 벽에 부딪히는 고통을 맛보아라. 가난과 고생은 참고 이겨내다 보면 탄탄하게 단련된 인격자가 될 것이다. 가난을 체험하라. 참고 견디어라” 옛말에도 「젊을 때 고생은 돈을 주고 사서라도 하라」고 하였다. 인생이 공허한 까닭은 늘 길(吉)과 흉(凶)이 교차하기 때문이다. 좋다고 늘 기쁜 일만 있는 것은 아니며, 나쁘다고 늘 슬픈 일만 있는 것도 아니다. 빛과 어두움. 순로조움과 역경의 어느 한 쪽에 기울어지는 것을 경계하고 양쪽의 가치를 저울에 얹어 공평하게 보는 안목을 기르도록 노력해야 한다. 양쪽을 서로 대립시킨다면 편견의 생기게 된다. 그러므로 양쪽의 가치를 모두 소중하게 생각하고,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편견은 버려야 한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칠 수 없는 것을 양망(兩忘)이라고도 한다. 이를 수행의 목표로 삼는 것도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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