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第七의 王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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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第七의 王國
  • 권우상
  • 승인 2019.11.1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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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

벼슬을 위해서는 딸까지도 바치는 세상이었다.

처음 세상 맛을 본 신돈은 이젠 본격적인 계획을 실천하기로 하였다. 정식으로 부인을 얻을 생각에서 문벌이 좋은 허강(許綱)의 처(妻) 김씨에게 마음을 먹고, 그 여인을 자기 집으로 불렀다.

그녀가 부름에 응하여 들어오자 신돈은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꺼냈다.

“부인, 듣자하니 과부가 되었다 하는데 나와 결혼합시다”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시오. 세상이 아무리 변했다 하여도 법도가 있는 집안에서 개가하는 일이 없소이다”

“홀로 지내기가 쓸쓸하지 않소”

“우리 남편은 생존시 남의 계집이나 유부녀 따위는 한번도 쳐다본 일이 없던 사람이요. 이러한 남편이 죽자 팔자를 고치다니 말이 되오”

“그게 진정으로 하는 말이요?”

“진정이 아니라면 거짓이란 말이요”

신돈은 능글맞은 눈빛으로 여자를 흘겨 보았다.

“도첨의께서 나에게 만약 손을 대시면 나는 자결할 생각이요”

말을 마치자 그 자리에서 머리를 싹둑 잘랐다. 신돈은 진정 정열부인감이라고 칭찬하고 그녀를 보냈다.

이렇게 정절을 생명보다 더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당시의 음란한 풍속은 극한상황에 다다라 국가의 멸망을 부채질하는 듯하였다.

신돈은 궁궐을 출입할 때 궁궐 정문으로 출입하는 것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궁성 뒤에 조그마한 문을 내고 그 곳으로 출입하였는데 궁궐 뒤쪽에 봉선사(奉先寺)라는 절이 있었다. 이 절을 넘어서면 궁궐의 높은 담을 끼고 공터가 있었는데, 신돈은 이 한적한 곳을 골라 아담한 집을 짓고 그 곳에서 거처하였다.

그 목적은 여러 사람의 이목을 피하여 왕을 자주 자기 집에 모시기 위한 것이었다. 이렇게 되니 왕의 출입이 더욱 간편하기 되었다. 거리가 가깝고 남의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왕 홀로 신돈의 집에 드나드는 경우도 있었다.

신돈은 두 간 밖에 안 되는 집을 정결하게 지어놓고 가운데에는 부처님을 모셔 놓았다. 신돈은 왕이 홀로 오게 되면 의례이 부처님 앞에 꿇어앉아 분향 합장하고 불경을 외었다.

왕은 이러한 생활을 목격하자 신돈을 더욱 존경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신돈은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불교에 대한 이야기와 정치에 관한 이야기를 상주하자, 왕은 그저 듣고 신돈에게 맡기기만 하였다.

왕이 환궁한 후에는 신돈 혼자의 세상이었다. 조그마한 선방(禪房)은 모든 사람의 출입이 통제되어 있었고, 오직 선방 밖에 사는 기현(奇顯)의 처(妻)만 출입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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