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다라국의 후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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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다라국의 후예들
  • 권우상
  • 승인 2020.02.10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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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8월 대보름 추수절이 되었다. 중추절이란 가을에 수확을 마친다는 뜻이었다. 왕궁에서는 거타지왕(巨他之王)이 제주(祭主)가 되어 천단에서 신하들을 모아 놓고 올해도 온 나라가 풍년이 들게 해 달라는 뜻으로 재물을 풍성하게 차려놓고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 그리고는 백성들에게도 오늘 하루 만은 즐겁게 마음껏 놀도록 명령했다. 해가 질 무렵이 되자 미파공주가 평범한 백성의 복장으로 갈아입고 효동을 기다리고 있었다. 효동은 미파공주를 동산으로 데리고 갔다.

이미 그곳에는 풍물패들이 신명나게 퉁소를 불고 북을 두드리고 있었고, 젊은 남녀가 모여 피워 놓은 모닥불을 옆에서 손에 손을 잡고 빙빙 돌면서 풍물놀이 장단에 맞추어 춤을 추고 있었다. 다른 한 켠에서는 삼삼오오 짝을 지어 앉아 가져온 음식을 펴놓고 먹으면서 웃고 떠들며 나누어 먹기도 하고 또 다른 한 켠에서는 씨름판도 벌어져 있었다. 생전 처음 보는 신나는 광경에 미파공주 역시 신명이 나서 함께 나가서 춤을 춰 보자고 하면서 효동의 손을 잡아끌고 무리 속으로 휩쓸려 들어갔다. 서로 손을 잡고 한참을 둥글게 빙빙 돌며 춤을 추던 미파공주가 목이 말라 물 한 모금을 마셨다. 그러다가 옆에 있는 술을 보고는 술을 한 잔 마셔보고 싶다고 했다.

효동은 미파공주의 귀에 대고 낮으막한 목소리로 술은 안된다고 했지만 조금만 마셔보고 싶다면서 술을 마셨다. 효동이 작은 술잔에 술을 조금 따라주자 미파공주는 향긋한 술 냄새를 코 끝으로 느끼며 홀짝 마셨다. 그리고는 두어 잔을 연거푸 마셨다. 잠시후 미파공주는 술기가 오른 듯 발걸음이 휘청거렸다. 효동은 미파공주에게 그만 돌아가자고 했다. 미파공주는 이미 취기가 오른 듯 했습니다. 안되겠다 싶은 효동은 미파공주를 들쳐 업었다.

혹시라도 공주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까 염려되었다. 미파공주를 등에 업자 그녀의 볼록한 가슴이 등에 꽉 닿아 묘한 느낌을 받았다. 미파공주는 효동의 목에 팔을 꼭 감고 등에 업힌 채 잠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서낭당 앞을 지나자 미파공주는 어지럽다면서 내려 달라고 했다. 효동은 미파공주의 속이 메스꺼워 토하려는 것인가 하고는 얼른 서낭당 정자나무 아래에 내려 놓자 미파공주는 빨려 들어가듯 산신각을 향하여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발길을 옮겨 놓더니 문을 열고 산신각 안으로 들어갔다. 효동은 미파공주가 왜 산신각 안으로 들어가는지 궁금하여 뒤따라 갔으나 미파공주는 어지러워 더는 못가겠으니 여기에 좀 누워 있다 가겠다고 하면서 산신각 마루에 털썩 누었다. 효동은 미파공주가 술이 취했으니 술이 깨면 궁중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는 자기 옷을 벗어 미파공주에게 덮어주려고 하였다.

그 때, 미파공주의 팔이 효동의 팔을 덥숙 잡고 끌어 당겼다. 그러자 효동은 미파공주의 몸 위에 엎어졌다. 그리고 두 사람은 성관계를 맺었다. 효동은 자신의 신분에 걸맞지 않게 공주와 성관계를 했다는 두려움도 없지 않았으나 이미 미파공주를 범하고 말았던 것이다. 만일 이 사실이 왕에게 알려지면 참형을 당할 것이라는 생각에 몸이 와들와들 떨렸다. 비록 공주가 팔을 당겨서 그랬다고 하더라도 이 일을 왕이 알면 그냥 두지 않을 것만 같았다. 효동은 큰 실수를 했다고 생각하면서 얼른 일어나 옷을 입었다. 그리고 미파공주에게 빨리 옷을 갖추어 입고 나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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