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다라국의 후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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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다라국의 후예들
  • 권우상
  • 승인 2020.02.11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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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효동(孝童)은 먼저 옷을 입고 밖으로 나와 하늘을 바라보니 하늘에 별들이 빛나고 있었다. 효동은 큰 일을 저질렀다 싶어 두려움에 떨었지만 옷을 입고 나온 미파공주의 얼굴 표정은 밝고 행복해 보였다. 미파공주는 효동의 팔짱을 끼고 가자고 했다. 두 사람은 나란히 걸었다. 효동은 왕의 딸 미파공주 몸에 손을 댔다는 자책감에 빠져 한동안 말도 할 수 없었다. 앞으로 자신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걱정이었다. 효동은 미파공주와 성관계를 한 것이 걱정이었다. 이 일을 거타지왕(巨他之王)이 안다면 큰 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미파공주는 그 일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효동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미파공주를 궁궐에 데려다 주고 돌아온 효동은 곰곰히 생각할수록 걱정이 태산 같았다. 어쩌다가 이런 일을 저질렀는지 자신을 자책했다. 앞으로 닥쳐올 일을 생각하니 잠이 오지 않았다. 무서운 처벌만이 자신의 온 몸을 누르고 있었다. 가슴이 답답해 잠이 오지 않아 몸을 이리저리 뒤척이고 있었다.

효동이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그날 밤 미파공주는 포근히 잠이 들었다. 그리고 꿈을 꾸었다. 꿈은 참으로 이상한 꿈이었다. 열 두살 어린아이가 왕관을 쓰고 용상(龍床)에 앉아 있는 꿈이었다. 미파공주는 꿈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하면 그 꿈의 효력이 사라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는 꿈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다음 날 효동은 미파공주의 얼굴을 똑 바로 볼 수가 없었으나 미

파공주는 평소와 다름없이 밝고 환한 얼굴로 효동을 대했다. 효동은 될 수 있는 한 미파공주와 단 둘이 있는 자리를 피했다. 그런데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고 사흘이 가고 한 달이 가고 다시 두 달이 지나자 미파공주는 효동에게 마음이 더욱 끌렸다. 효동이 좋았고 사랑했다. 앞으로 어른이 되면 효동과 결혼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신분이 높은 왕의 딸 공주와 신분이 낮은 무사와 결혼한다는 것을 있을 수 없이 일이었다. 만일 공주가 그런 생각을 가진 것을 안다면 거타지왕은 당장 효동(孝童)을 죽일 것이 분명해 보였다.

이 무렵 왕궁에서는 미파공주의 신랑감을 찾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게 퍼져 있었지만 미파공주는 다른 사람과는 결혼하기가 싫었고 효동과 결혼하고 싶었다. 이 일로 미파공주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고민을 하다보니 머리가 아프고 몸도 피곤했다.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면서 궁중으로 돌아온 미파공주는 그날부터 자리를 펴고 누웠다. 궁녀가 와서 몸이 아프냐고 물었지만 미파공주는 아무 말도 없이 혼자 조용히 있고 싶어 나가라고 했다. 미파공주는 천장을 바라보고

‘내가 나를 호위하는 효동님을 좋아 한다고 사실대로 말하면 용서해 주실까? 아니야 그랬다가는 한 사람은 동쪽으로 한 사람은 서쪽으로 귀양을 보내 평생을 떨어져 만나지도 못하게 할 것이 분명해, 성격이 불같은 아바마마가 아시면 효동님에게는 참형이 내리질 것이고, 나에게는 왕실의 법도를 어겼다고 사약을 내려 죽으라고 할거야. 그러면 어떻게 하지. 지금 몰래 효동님과 같이 도망을 쳐 버릴까’

하면서 아무리 생각해 봐도 좋은 해결 방법이 없었다. 궁궐에서는 미파공주가 누구와 결혼할 것이란 둥 말들이 나돌자 미파공주는 더욱 마음이 초조했다. 걱정이 태산 같은 미파공주의 마음을 몰라주는 듯 세월은 강물처럼 흐르고 있었다. 세월이 흐를수록 미파공주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그러다 보니 미파공주의 입가에서 웃음이 사라진지 오래였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자신의 고민이 무엇인지 사람들이 눈치챌까 싶어 가기도 싫어졌다. 미파공주는 사람들이 효동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눈치채기 전에 어디론가 멀리 도망가서 효동과 둘이 사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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