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다라국의 후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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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다라국의 후예들
  • 권우상
  • 승인 2020.02.18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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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미파공주가 휘두른 칼에 맞은 도적 하나가 팔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지자 곧바로 또 다른 도적의 가슴을 찔렀다. 도적 둘이 도망치기 시작하자 미파공주는 효동과 싸우고 있는 도적에게 대들었다. 단숨에 도적 하나를 칼로 쳐서 목을 베었다. 그러자 남은 도적은 줄행랑을 쳤다. 다행이 미파공주는 부상을 당하지 않았다. 그제야 효동은 지난날 탁순국(卓淳國) 궁중에서 미파공주의 호위무사로 있을 때 검법을 가르쳐 준 일이 생각났다. 그때 가르쳐 준 것이 다행이라 싶었다. 미파공주는 효동을 말에 태우고 효동의 말을 끌고 계곡을 통과하니 다시 초원이 나타났지만 초원에서도 안심이 되지 않아 한동안 말을 타고 달렸다. 얼마를 달렸는지 미파공주의 등과 얼굴에 땀이 흠빡 젖어 있었다. 강이 나타났다. 물이 얕아 말을 탄 채로 강을 건넜다. 강을 건너서야 말을 세웠다

효동은 여전히 고통스러운 표정이었다. 효동을 부축하여 말에서 내리게 한 후 편히 눕게 하고 말에게도 물을 먹였다. 미파공주는 시원하게 손과 얼굴을 씻고 수건에 물을 추겨 효동의 얼굴도 씻겨 주었다. 빨리 의원을 찾아야 했다. 이때 장사꾼으로 보이는 말탄 행렬이 느린 걸음으로 지나가고 있었다. 미파공주가 그들에게 여기가 어디냐고 묻자 임라국이라 했다. 그들은 조선말을 하고 있었는데 원래는 사이기국(斯二岐國) 사람이었는데 사이기국이 다라국(多羅國)이 망하자 임라국으로 와서 장사를 한다고 했다. 미파공주가 가까운 곳에 의원이 있느냐고 묻자 의원이 있는 동네를 알려 주었다. 상인들이 가르쳐 준대로 동네로 들어가 사람들에게 물어 의원을 찾았다. 의원은 효동의 상처를 보더니 이만 하길 참으로 다행이라고 하면서 상처가 꽤나 깊지만 생명에 위험은 없으니 걱정 말라고 하더니 독화살이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하면서 임라국 도적들이 가끔 화살 끝에 독을 묻혀 쏘기도 하는데 그 독은 독성이 강하여 사람이고 짐승이고 맞으면 금방 죽는다고 했다.

미파공주는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오랫만에 목욕도 하고 빨래도 했다. 동네 사람들에게 들으니 이곳 사람들도 도적들에게 약탈을 당한다고 했다. 그들이 독화살을 쏘기 때문에 화살을 맞으면 그 자리에서 죽는다고 했다. 그래서 동네 사람들은 도적들이 달라는 것을 주지하지 않고 준다고 했다. 만약 반항을 하면 여지없이 독화살을 쏘아 죽인다고 했다. 사정이 그렇다면 자리잡고 살 동네는 아닌 것 같았다. 효동은 자기 때문에 공주가 고생을 한다고 하자 미파공주는 효동 때문에 자신이 고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 때문에 효동이 고생한다고 하면서 이제 두 사람은 한 배를 탔으니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아야 할 운명이라고 했다.

두 사람은 사랑스럽게 부둥껴 안고 볼을 부비며 입을 맞추었다. 며칠동안 효동의 다리 치료를 하고 두 사람은 다시 말을 타고 출발했다. 아직도 효동의 다리는 완치되지 않았다. 걸으면 절룩거려야 했다. 말을 타고 가는 두 사람을 보자 마을 사람들이 힐끗 쳐다보며 지나갔다. 이제는 사람들 눈에 아무래도 이상하게 보이는 모양이라 생각했다. 한참을 가니 집이 나왔다. 미파공주와 효동은 집 앞에 말을 매어 놓고 안으로 들어갔다. 효동은 다리를 절룩거렸다. 임라국의 집들은 2층 목조 건물인데 제법 규모가 컸다. 손님들도 북적거렸다. 주변을 둘러보니 벌써 나무잎들이 붉은 옷을 입고 단풍이 물들고 있었다. 이제 미파공주의 배(腹部)는 꽤나 불렀다. 임신 6개월 째로 접어들고 있었다. 사람들이 백마(白馬)를 보고 말주변에 몰려들어 구경을 하였다. 백말은 임금이 타는 말인데 백마를 타고 다니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왕족인 것 같다고 하면서 자기들끼리 숙덕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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