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다라국의 후예들
상태바
[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다라국의 후예들
  • 권우상
  • 승인 2020.02.19 17: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

효동은 집주인으로 보이는 여자에게 하룻밤 묵어갈 방이 있느냐고 묻자 있다고 했다. 방에 들어가 조금 있으니까 여자가 밥상을 들고 왔다. 밥은 쌀밥이었고, 국은 배추국이었으며, 채소 곁절이도 있고, 단무지도 있고, 생선구이도 있었다. 배가 고팠던 참이라 두 사람은 밥을 아주 맛있게 먹어 치웠다. 궁궐에 있던 때라면 개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지만 허기가 반찬이라고 할 수 없이 먹을 수 밖에 도리가 없었다. 밥상을 내다 주고 세수를 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효동은 미파공주의 배에 손을 대어보고, 뱃속에서 아이가 움직인다고 신기해하였다. 그러다가 잠이 들었다. 미파공주는 꿈을 꾸었다.

자기가 시집을 가는데 왕과 왕비가 울고 있었다. 미파공주도 헤어지기 싫어 같이 울었다. 헤어져 떠나려는데 미파공주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왕과 왕비가 어디론가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아바마마!’하면서 큰 소리로 부르다가 잠이 깨었다. 눈을 떠보니 꿈이었다. 미파공주는 부모가 너무 보고 싶었다. 다시 탁순국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돌아가기에는 너무 먼 길을 왔고 돌아갈 수도 없는 처지임을 깨닫고 두 눈에서 눈물이 주르르 흘렸다. 다시 잠을 이룰려고 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미파공주가 몸을 뒤치락 거리자 효동도 잠에서 깨어나 눈을 떴다. 미파공주의 눈에 눈물이 글썽이는 것을 본 효동은 미파공주를 꼬옥 껴안고 한 손으로 미파공주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 미파공주의 얼굴은 금새 밝은 표정으로 변하면서 효동을 끌어 당겼다. 그리고 두 사람은 얼굴을 맞대고 입술을 맞추었다. 꿀맛같이 달콤한 사랑을 확인하고 다시 포근히 잠이 들었다.

다음날 미파공주와 효동은 집을 나와 동쪽으로 말을 달렸다. 계속 동쪽으로 가자 강의 상류에 도착했다. 벌써부터 눈이 조금씩 날리는 것으로 보아 겨울이 온 것 같았다. 눈도 많이 내리고 날씨도 무척 추울 것 같았다. 이런 추운 곳에 정착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동쪽으로 더 가면 어디까지 갈 수 있느냐고 물어 보았더니 바다를 건너지 못하면 임라국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했다. 다시 자세히 물어보니 임라국은 처음 설치되었을 때는 걸손국(乞飡國)이었는데, 지금은 걸손국에서 떨어져 나와 하나의 섬(대마도)이 임라국이 되었다고 했다. 두 사람은 다시 남쪽으로 방향을 틀어 향했다. 임라국에는 평원이 많았고 밭에는 옥수수와 수수가 많이 심어져 있는 것으로 보아 주식이 옥수수와 수수인 것이 분명했다. 임라국의 가장 남쪽까지 오자 큰 바다에 닿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미 눈이 많이 내리고 날씨도 무척이나 추었다. 게다가 바람도 강하게 불었다.

미파공주와 효동은 바닷가에 서서 한참동안 바다 구경을 했다. 푸른 물길이 넘실대고 큰 파도가 밀려 왔다가 밀려가는 모습을 물끄럼이 바라보면서 여기서 탁순국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을까 하는 생각에 감겨 있었다. 바닷물이 짜다는 말을 듣고 손바닥으로 바닷물을 퍼 맛을 보기도 했다. 멀리 돛단배 한 척이 바닷속에 잠겼다 나타났다 하는 것이 보였다. 백사장을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하면서 미파공주와 효동은 한참 동안 장난질을 쳤다. 백사장에 딩굴며 입도 맞추고 몸도 부비면서 서로 마음껏 사랑했다. 왕족이든 천민이든 이렇게 서로 사랑하면서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 이런 곳이 있다면 어디든지 가서 살고 싶었다. 겨울이 다가와 날씨는 무척 추웠다. 그래서 빨리 정착할 곳을 정하여 추운 겨울을 지내야 했다. 바닷가를 둘러보는데 허름한 목조집이 있었다. 오늘밤은 여기에 들어가 지내기로 했다. 집안으로 들어가 밥을 먹는데 생선 반찬이 많았고, 해조류가 밥상에 올려져 있었다. 입맛에 잘 맞지는 않았지만 배가 고파 그런대로 먹을 만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