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다라국의 후예들
상태바
[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다라국의 후예들
  • 권우상
  • 승인 2020.02.24 17: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3.

때마침 지나가는 배의 갑판에는 사람이 보였다. 효동은 그 사람을 보고 살려 달라고 소리쳤다. 갑판에 있던 사람이 갑자기 선실 안으로 들어가더니 다른 사람과 함께 다시 나타났다. 배는 효동 쪽으로 다가오더니 멈추어 섰다. 대 여섯명의 뱃사람들이 갑판에 모여 들었다. 이들은 효동에게 밧줄을 던져 주면서 소리쳤다.

“밧줄을 잡아라! 밧줄을 잡아...”

효동은 간신히 밧줄을 잡았다. 그러나 힘이 빠져 밧줄을 잡았다 놓았다를 반복하다가 뱃사람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갑판위로 끌어 올려졌다. 우두머리로 보이는 뱃사람이 기절한 채 갑판에 누워있는 효동을 보며

“참으로 운이 좋은 놈이구나. 우리를 만나지 못했으면 이 놈은 물고기 밥이 되었을텐데...”

하더니 선원들에게 사람을 구했으니 뱃머리를 돌리라고 했다. 배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배는 걸손국(乞飡國 : 구주)을 오가며 무역을 하는 장사꾼의 배로 탁순국(卓淳國 : 진해)에서 상품을 싣고 걸손국으로 가는 중이었다. 뱃사람들에게 구조된 효동은 정신을 잃고 한참동안 갑판에 누워 있었다.

한편 그 날 해가 수평선으로 넘어가도록 효동이 집에 돌아오지 않자, 미파공주는 초조한 마음을 달랠길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미파공주는 마음이 진정되지 않고 이상하게도 가슴이 울렁거렸다. 아무래도 불길한 생각이 자꾸만 가슴에 파고 들어왔다. 만삭이 되어 그런가 하고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해가 수평선으로 완전히 가라않을 때가지 효동이 돌아오지 않자, 미파공주는 아무래도 사고가 났구나 싶었다. 미파공주는 바닷가로 나갔다. 황량한 바다에는 파도만 심하게 칠뿐 사람의 그림자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미파공주는 효동이 고기를 잡기 위해 바다 멀리 나갔다가 파도에 배가 전복돼 익사한 것으로 생각했다. 간밤의 꿈도 그렇고 자꾸만 불길한 생각이 가슴에 엄습해 왔다. 효동은 다음 날도 또 그 다음 날도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미파공주는 효동이 파도에 휩쓸려 익사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시체나마 찾을려고 망망한 바닷가를 헤매어 다녔지만 효동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미파공주는 넋을 잃은 채 모래밭에 주저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꺼이꺼이 울었다. 바다가 원망스럽기만 했다.

인심 좋은 바닷가 사람들의 도움으로 산비탈 양지바른 곳에 효동의 가묘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孝童님의 墓’란 비석을 세웠다. 시체는 없지만 효동(孝童)을 양지 바른 곳에 묻었다고 생각하고 돌아오니 집안은 한층 더 쓸쓸했다. 사랑하는 효동과 함께 지낸 지난 날들이 눈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탁순국(卓淳國)의 궁궐에서 무술을 배울 때도 생각났고, 말을 타고 초원을 달리던 생각도 머리에 떠올랐다. 그리고 중추절에 함께 춤추던 생각, 그의 등에 엎혀 오던 생각도 머리에 떠올랐다. 사람이 산다는 것이 이렇게 허망할 수가 있을까 싶었다. 참으로 허망한 것이 인생이구나 싶었다. 효동이 바다로 나가면서 하던 말이 뇌리에 떠올랐다. ‘나라를 세우면 반드시 공주님을 왕으로 모실 것입니다. 혹여 여건이 좋지 않아 나라를 세우겠다는 꿈이 이뤄지지 않을 때는 공주님의 뱃속에 든 아이라도 반드시 나라를 세우도록 할 것입니다’라고 하던 효동의 말이 머리에 떠올랐다. 나라를 세우겠다고 해 놓고 이렇게 죽은 효동이 너무 슬퍼 자꾸만 눈물이 나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