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다라국의 후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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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다라국의 후예들
  • 권우상
  • 승인 2020.05.22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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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재판에는 당사자인 남매의 말을 듣고 당시에 동석했던 증인들의 말도 들었으나 부친의 유언이 사실임이 증명되자, 누이가 가진 재산을 다시 처분할 수는 없다는 판결뿐이었다. 다만 남매의 의리상 동생을 동정해서 인정상 호의를 베푸는 것이 좋으리라는 권고에 지나지 않았다. 법적 제재력이 없는 벼슬아치의 권고는 욕심 많은 누이에게는 언제나 지나가는 바람소리와 같았다. 그래서 이 남매의 소송사건은 효과없는 재판으로 오래도록 지연되었고 시간만 한 달 두 달 할 일 없이 흐르고 있었다.

“이번엔 유명한 재판관이 온다니까 또 그 남매 소송사건이 문제가 되겠군...”

이미 시들해진 사람들의 관심이었지만 도부렴이 하도 현명한 재판을 한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는데다가 나라에서 재판을 공정하게 하기 위해 순회재판을 한다고 해서 사람들의 흥미도 새로워졌다. 특히 원고인 소년은 큰 기대를 가지고 호소했다. 소년이 호소한 재판은 마침 읍내에 장이 선 날 열렸다. 이 날 장구경 겸, 재판구경 겸, 사방에서 사람들이 꾸역꾸역 모여 들어서 가희촌 마을은 큰 혼란을 이루었다. 그 고을의 행정과 사법을 도맡아 보는 관아의 동헌 마당에서는 구경꾼들이 인산인해로 모여 들었다.

“아무리 재판으로 유명한 도부렴일지라도 이 재판은 역시 형우제공(兄友弟恭)이란 케케묵은 오륜(五倫)의 도덕강의 끝에 누이의 욕심을 회개시키고 고작 화해 권고에 그칠 것은 뻔하지..도부렴도 대정통관에 없는 법으로 다수릴 수는 없을 거야..”

“암. 그렇고 말고.. ”

그런 부정적인 비판으로 쑥덕거리는 방청객이 있는가 하면

“그래도 혹시 몰라. 억울하게 재판에서 지는 일을 막기 위해 나라에서 순회재판을 한다고 하니 혹시 도부렴이 죽은 사람의 지나간 사건도 올바른 판단을 내려서 망자의 영혼까지 탄복을 시킬런지...”

“아무턴 이번만은 그 억울한 아들이 이겨야할텐네.. 어떤 아버지가 딸에게만 재산을 몽땅 물려주고 아들에겐 한 푼도 안주겠는가? 역시 그 간악한 딸의 무슨 농간일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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