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다라국의 후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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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다라국의 후예들
  • 권우상
  • 승인 2020.05.26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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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남매가 부모의 유산 때문에 다투는 세태가 통탄스럽긴 하지만 다투는 이상 시비를 가릴 수밖에 없다. 지금 진술한 쌍방의 주장은 사실과 다름이 없으렸다?”

“예. 하도 억울해서 여러 번 관가에 호소해 왔습니다. 저로서는 누이가 주장하는 말이 거짓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직 돌아가신 아버지가 왜 그런 유언을 했을까? 그것이 더 궁금하오며 그 점에 관해서 나으리께서 속 시원하게 풀어 주시기를 바람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있었던 여러 차례의 소송에서는 그 점에 대해서는 한 번도 말씀해 주시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또 황송하오나 소청을 올린 것입니다. 이 점을 헤아려 주십시오.”

방청객들은 이와 같은 소년의 진술에 뜻밖이라는 듯 놀랐다. 지금까지의 진술에서는 듣지 했던 새로운 말이었기 때문이다. 동생의 진술이 끝나자 누이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저는 죽은 아버지의 유언대로 했을 뿐입니다. 동생이 가난으로 고생하는데 동기

로서 부모 유산을 독차지하고 나누어 주지 않는다고 화해하라는 권고를 많이 들어

왔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은 죽은 아버지의 뜻에 어긋나기 때문에 차마 그럴 수도 없었습니다.”

방청객들의 코웃음이 터졌다. 실로 깜찍스러운 궤변이었기 때문이다.

“그 망부의 유언에 추호도 거짓이 없는가?”

“예. 틀림없이 그렇게 들었습니다.”

“그런 유언을 들을 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가? 그때 심정을 제각기 말해 봐라.”

“저는 그런 유언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전연 기억이 없습니다. 그리고 설령 들었다 해도 당시 제 나이가 여섯 살이었기 때문에 아무런 생각도 못했을 것입니다.”

하고 소년이 먼저 대답했다.

“그 다음은?”

누이가 역시 야무지게 입을 열었다.

“그 유언을 들었을 때는 이상하게 느낄 여유가 없었습니다. 이젠 아버지가 정말 죽는가보다 하는 슬픔으로 가득차 있었기 때문에 전혀 다른 생각을 할 경황이 없었습니다.”

이 깜찍스런 답변에 방청객들은 또 다시 혀를 차며 누이를 미워했다.

“그때는 딸된 도리로 그랬을 것임을 짐작하지만 그 뒤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상하다고 생각해 본 일은 없느냐?”

“ .............”

이 도부렴의 질문에 대해서 누이는 대답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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