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다라국의 후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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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다라국의 후예들
  • 권우상
  • 승인 2020.07.07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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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신라 장수 석주는 생각하다가 술판을 벌리기로 했다. 흥겨운 술판을 벌여 자신들의 방심을 거짓으로 꾸며 다라국 군사들이 성문을 열고 나와 싸울 것을 유도하기도 했으나 도성 위에는 <大多羅國 天下龍虎軍>이란 깃발만 바람에 휘날린 뿐 신라 군사들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거우위왕은 그와 같은 소사명(素沙明)의 태도가 미심쩍었지만 그에게 모든 작전 권한을 준 이상 가타부타 뭐라고 말하기도 거북한 상황이었다. 여러 신하들도 쑥덕거리기 시작했다.

“소사명 장군이 실성을 했는지 성문을 굳게 잠구고 싸울 생각을 하지 않으니 참으로 보기가 답답합니다.”

“신라군에게 지레 겁을 먹은 것이겠지요.”

“겁을 먹었다고 해서 성안에만 들어 앉아 있으면 결판이 난답디까.”

“도대체 무슨 속셈인지 모르겠구만..”

“소사명 장군이 저렇게 비겁한 줄 몰랐어요”

이러한 비아냥거림에도 소사명 장군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스무날이 되는 날 소사명 장군은 날랜 군사 6백명을 뽑아 공격대(攻擊隊)를 조직했다. 그리고는 대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희들은 밤에 도성을 빠져 나가 대부령 산속에 매복하고 있다가 내일 아침 적군의 퇴로를 차단하라. 신속하게 움직여야 한다.”

소사명의 말에 효동(孝童) 장수가 나섰다.

“그 말은 장군께서 내일 아침 적을 공격하시겠다는 뜻이 옵니까?”

“지금 적진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아라. 술에 취해 흥청망청 노래를 부르고 노는 신라군의 합창 소리가 들리지 않느냐? 이는 필시 저들이 군량미가 바닥이 나서 내일 아침이면 철군할 것이기에 저렇듯 밤새 마음 놓고 술마시고 춤추고 노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미리 퇴로를 막고 기다렸다가 적들이 철군을 할 때 한꺼번에 기습 공격을 한다면 승리는 분명히 우리 손안에 있는 것이다.”

“장군의 생각이 참으로 명안이옵니다. 하하하.”

소사명의 말을 들은 효동, 연추 등 여러 장수들과 군사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계책 중의 계책이라고 탄복했다. 공격대는 신라군들이 술에 취해 잠든 새벽녘에 그림자처럼 도성을 빠져 나갔다. 날이 밝자 다라국 군사들은 소사명 장군이 생각한대로 철군을 하기 시작했다. 신라의 장수 석주는 부하들에게

“다라군은 우리와 싸울 생각이 없는 것이다. 싸우지 않고 항복할 모양이니 우리는 돌아갈 수 밖에 없다. 조정에서 무슨 명령이 있을 때까지 철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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