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에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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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에 가보니
  • 포항일보
  • 승인 2021.10.08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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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전 우연히 전통시장에 들리게 됐다. 코로나로 마냥 한산할 것 같았던 전통시장은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대목을 앞두고 어느 정도 활기를 띄고 있었다. 비대면, 거리두기 등 서로 몸도 마음도 멀어지는 광경들만 보다 북적이는 모습을 보니 간만에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겨져 왔다. 제 가격을 지키려는 상인, 한 푼이라도 더 깎으려는 손님, 마냥 들뜬 분위기에 신나 거리를 배회하는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니 어릴 적 시장 풍경이 스쳐지나가기도 했다. 가게에서 노릇노릇하게 구워져 나오는 빈대떡과 육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송편들을 보니 식사를 한 직후에도 허기가 지는 듯 했다.
하지만 활기찬 분위기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여전히 많은 상인들과 손님들의 얼굴은 그늘져 있었다. 국민지원금과 지역사랑화폐로 찬바람 쌩쌩 불던 서민들 지갑에 제법 훈기가 돌았다고는 하나 벌써 1년 반 이상 이어지는 코로나 한파를 모두 걷어내기엔 무리였을 터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추석 연휴 시작 전 기준 코로나19 상생 국민지원금 지급 대상 10명 중 9명이 지원금을 받았다고 한다. 17일 하루 동안에는 136만4천명이 신청해 3천411억원원을 지급 받았다. 누적 신청 인원은 3천891만4천명, 누적 지급액은 9조7천286억원이다. 지급 대상자(잠정)는 4천326만명으로 전체 지급 대상자의 90.0%가 지원금을 수령한 것으로 보인다. 이토록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거금이 지급되었는데 지역 경기는 이렇다 할 부활 신호탄을 쏘지 못하고 있다. 상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일부 도움이 된 건 사실이지만 코로나 사태 전 경기를 회복하는 데는 역부족이고 특히 생선, 고기 등 생물을 다루는 가게는 팔리지 않는 상품들을 처치하느라 애를 먹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어려운 경기는 비단 상인들만의 고충이 아니다. 고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껑충 뛰어버린 물가에 울며 겨자 먹기로 차례상을 대폭 간소화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이를 위해 여러 지자체도 팔을 걷어 붙였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지난달 17~18일 추석을 앞두고 지역 민생현장을 방문했다. 이 지사는 17일 오전 '경북 청년 소상공인 임대료 지원 사업'에 선정된 안동 용상동 소재 디저트 카페 '츈츈'을 방문해 격려하고 청년 소상공인 지원방안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또한 경북도는 중소벤처기업부 주관 ‘2022년 전통시장 및 상점가 활성화 지원 사업’공모에서 국비 115억 원을 확보하기도 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지난달 15일 오천시장을 방문해 추석맞이 제수용품과 다양한 농축수산물을 구매하며 민생현장을 둘러봤다. 이 시장은 포항사랑상품권을 사용해 물품을 구매하는 장보기 행사와 상인들의 고충을 듣는 민생 소통의 시간을 갖고,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소비패턴의 급격한 변화로 생업에 막대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통시장 상인들을 격려했다.
예로부터 전통시장은 서민들의 희로애락이 담겨 민심 풍향계 역할을 해왔다. 형편이 한 층 나아졌긴 하지만 여전히 코로나 한파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상인, 고객들의 이야기가 오늘날 민생을 가장 잘 대변하는 데이터인 셈이다. 무조건적인 지원책이 불경기를 걷어낼 순 없지만 백신 접종이 보편화되고 경기 회복을 위한 기지개를 서서히 켜고 있는 지금 보다 피부에 와 닿는 정책들을 고안해봐야 할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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