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第七의 王國

2019-06-19     권우상

136.

두 사람은 서로 붙들고 씨름을 하듯 한참동안 씩씩거렸다. 이 때 중서성에서 나오던 김영존이 이 광경을 보고 입을 열었다.

“아니 지금 두 분께서는 무엇을 하시는 것이오?”

하자 그제야 두경승은 잡고 있던 이의민의 허리를 놓으며

“이 장군이 힘이 세다고 어찌나 자랑을 하는지 한번 들어 본 것입니다”

하였다.

김영존은 곱지 않는 눈길로 이의민을 힐끔 쳐다보고는 헛기침을 하며 사라졌다. 김영존은 무장출신 추밀원사였다.

그런 일이 있던 석 달 후였다. 이의민이 두경승과 함께 중서성에서 정사를 토의하다가 의견 충돌을 일으켰다. 그러자 이의민은 화를 발끈 내며

“네가 무슨 공이 있다고 나보다 지위가 높으냐? 이거야 말로 개가 들어도 웃을 일이다”

하고 말하면서 노골적으로 자신의 직위가 낮은 것을 불평했다. 이들이 이렇게 중서성 내에서 힘을 다투고 있을 때 추밀원에서는 추밀원사 김영존과 추밀원부사 손석이 욕지거리를 하며 대판 싸움을 벌였다.

이 바람에 추밀원 관리들이 항상 위축되어 그들 둘이 함께 있으면 슬금슬금 자리를 피하곤 하였다.

중서성과 추밀원의 이 같은 권력다툼을 빗대어 조정 대신들 사이에는

“중소성에는 이가와 두가요, 추밀원에서는 손가와 김가로다”

하는 말이 유행처럼 퍼졌다.

또한 문인 김상로(金常魯)는 다음과 같은 시(詩)를 지어 퍼뜨리기도 했다.

 

- 나는 이가와 두가가 호랑이보다 무섭더라

위풍이 당당해서 진짜 재상 같으니 어쩌나

황각에 앉은 지 삼사 년의 세월이 지났건만

주먹 바람은 천번 만 번도 더 넘게 불었네

이러다가 백성들의 안위는 온다간데 없고

회오리바람 몰아칠까 걱정이 태산 같네 -

 

이의민의 포악성은 널리 알려져 있었다. 그의 아내 최씨 역시 남편을 닮아 성질이 대단했다. 무슨 일이든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마을 여자들에게 호통을 치기가 일쑤였다.

한번은 이의민이 여자 종과 간통(姦通)한 적이 있었다. 이 사실을 알고 최씨는 여자 종을 헛간에 가두어 놓고 발가벗겨 음부(陰部)를 막대기로 꾹꾹 찌르며

"네년이 이것 때문에 내 남편을 농락했으니 이것을 낫으로 도려 낼 것이다”

하면서 낫을 들고 위협을 가하면서 욕지껄을 해댔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아 결국 여자종을 때려 죽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