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다라국의 후예들

2020-07-14     권우상

108.

이듬해 탈해왕의 왕비 아효(兒爻)가 병으로 죽자 탈해왕은 빼어난 미모의 미파(美巴)를 왕후로 삼았다. 아효는 신라 제3대 유리왕의 장녀인데 탈해는 유리왕이 62살 때 왕권을 인계받아 신라 제4대 왕이 되었다. 탈해왕은 즉위 하자 마자 영토 확장에 대한 야욕에 불타올라 삼한(三韓) 즉 마한, 진한, 변한을 통일하겠다는 욕망에 가득차 있었다. 이 무렵 마한에는 54국, 진한에는 12국, 변한에는 12국 작은작은 부족 국가들이 있었는데 마한과 진한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신라군은 다라국을 공격하였다. 삼한을 통일하기 위해서였다. 이 전쟁에 탈해왕과 일모(日侔 : 히호고)가 참전했다. 5천의 가마병을 이끌게 된 총지휘관은 탈해왕이었다. 탈해왕은 키가 6척이나 되고 체격이 건장하고 용맹스러운 위협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무예도 출중하여 전쟁에 나가 싸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탈해왕은 일모(日侔 : 히호고)와 함께 신라군을 이끌고 다라국(多羅國)과의 접경 지역에 닿자 다라국 군사들도 신라군과 항전을 하기 위해 국경 지역인 양림간(밀양)에 집결해 있었다. 양쪽 군사는 일부만 보병이었고 대부분 기마병(騎馬兵)이었다. 다라군(多羅軍)의 총지휘관은 거우위(巨優位) 왕이었고 왕자 거불연(巨佛緣)도 부왕과 함께 전쟁에 나섰다. 무예가 출중한 소사명, 연추, 초엽, 효동, 감해랑 동가모 등의 장수가 모두 출전하고 있었다. 효동(孝童)은 한세민의 외동딸 옥청과 결혼한 후 다라국 군대에 들어가 장수가 된 인물이었는데 이번 신라와의 전쟁에서 다라국의 장수로 출전했다. 신라군은 다라국과의 국경지역인 양림간(밀양) 벌판에 집결하면서 두 나라 기마병은 영채를 세우고 서로 살벌하게 대치하고 있었다.

때는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찐다는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 가을,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에 신라군 진영에서는 <新羅軍 脫解大王 多羅國 大討伐軍> 이란 깃발이 휘날리고 있었고, 다라군(多羅軍) 진영에서도 <大多羅國 天下龍虎軍>이란 깃발과 함께 용(龍)과 호랑이(虎)가 그려진 깃발이 가을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