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다라국의 후예들

2020-07-21     권우상

113.

순간 얏! 하는 소리가 일모(日牟)의 입에서 터져 나오면서 일모(日侔)의 칼이 효동의 목을 내리치는 순간 효동은 아슬아슬 하게 칼을 피했다. 자칫 목이 달아날 뻔 했다. 이마에서는 땀이 흘러 내렸다.

“아버지와 아들이 싸우다니 이건 아니지 않느냐. 넌 분명히 내 아들이다.”

“내 아버지가 누구인지 이 전쟁을 끝내고 신라로 돌아가서 어마마마에게 물어볼 것이다. 난 오늘 이 전쟁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 그러니 내 아버지가 누구이든 적이라면 싸울 것이다. 이 전쟁에 우리 아버지인 이소지가 나타나도 난 싸울 것이다. 그러니 누가 죽던 싸워 보자구나!”

효동(孝童)과 일모(日侔 : 히호고)는 말위에서 칼을 맞대고 필사적으로 검투를 했다. 효동(孝童)은 말했다.

“너는 내 아들이고 나는 너의 아버지다. 너의 목을 당장 벨 수도 있지만 나는 너를 죽일 수 없고 혹여 내가 너에게 죽더라도 효동이 살아서 다라국의 장수로 출전했다는 말을 미파왕후에게 꼭 전해 다오. 내가 네 칼에 죽을지라도 난 내 아들인 너를 죽일 수 없다. 내가 네 칼에 죽거던 내 목을 가져다 미파왕후에게 보여주고 내가 사랑하던 미파공주가 낳은 아들과 싸우다가 죽은 옛날 미파공주의 호위무사였던 효동이라고 전해다오! 그것이 내 마지막 부탁이다. 난 내 아들을 죽일 수 없으니 어서 네가 날 죽여라. 어서 죽여란 말이다!”

효동의 근심어린 얼굴에서는 어느새 눈물이 비오듯 흘러 내리고 있었다. 한참 싸우는데 어느새 일모(日侔)가 번개처럼 효동의 목에 칼을 겨누었다. 목이 달아날 순간이었다. 그러자 옆에서 거우위왕과 싸우던 탈해왕이

“죽이지 말고 생포하라!”

하며 소리쳤다. 효동(孝童)은 일모의 칼을 겨우 버티어 내고 있었고 일모는 효동의 목을 단숨에 칠 수도 있었지만 생포하라는 탈해왕의 명령을 거역할 수가 없어 생포할 기회를 엿보았다. 일모(日侔)는 효동을 생포하기 위해 간격을 좁혀 들어가고 있었다. 일모(日侔)의 칼 끝이 효동의 코앞에 닿는 순간 효동은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효동은 일부러 일모와 싸우기 싫어 공격보다 방어만 하고 있었다.

이 전쟁에 다라국(多羅國)의 최고 화가(畵家) 서량(徐亮)의 동생 거성(巨星)도 그리고 이복 형인 서빈(徐彬)과 우래(雨來) 등 서운세의 아들들이 모두 다라국을 위해 기마병으로 참전하였다. 서운세의 아들 서빈, 우래, 거성은 일찍이 군인이 되어 무예가 출중한 장군으로 승승장구 하였다. 신라군과 다라군은 뒤범벅이 되어 있었다. 일모(日侔)는 막무가내로 달려드는 군사들을 향해 칼을 힘껏 내리쳤다. 군사의 피가 솟구치면서 일모(日侔)의 몸을 붉게 물들었다. 가을 하늘에 검은 구름이 서서히 모여 들더니 빗방울을 뿌리게 시작했다. 가느다란 빗방울은 점점 굵어지면서 싸움은 더욱 치열하게 전개 되었다. 거성, 우래 서빈도 다른 장수들과 함께 신라군을 맞아 싸웠다. 칼에 맞아 피를 흘리며 쓰러진 군사들의 숫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하늘에서 내리는 빗방울은 피에 물들어 붉은 빗방울로 변했다. 붉은 빗방울은 죽어 쓰러진 병사들의 시체를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죽은 병사들의 시체 사이로 붉은 핏물이 도랑물처럼 흘러내리고 있었다. 신라군과 다라군은 피차(彼此)간 악귀와 같은 모습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전투는 더욱 치열하게 사투로 전개 되었다. 피아간 국가의 존폐를 결정하는 혈전이었다. 전투는 시간이 갈수록 사상자가 속출하면서 다라군(多羅軍)에게 불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