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끊어지지 않는 학교 폭력의 고리

2021-10-08     김선희 기자

청소년 학교 폭력으로 인한 사건사고가 매일 뉴스를 장식하고 있지만 다방면으로 제시된 해결책들은 약속이나 한 듯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빵셔틀' 같은 단어들은 오늘날 청소년들의 행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잘 보여준다. 앞서 말한 '빵셔틀'은 '잘 나가는 학생'들의 빵 심부름을 해주는 학생의 모습을 빗대어 만들어진 신조어다. 
심부름을 해준다는 자체도 웃긴 일이지만, 심부름을 해주는 학생은 정작 심부름을 해줘도 이유 없는 폭력 앞에 고통스러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이 외에도 학교폭력의 사례는 끝없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코로나로 비대면 수업이 진행되면서 어느 정도 숙지지 않을까 싶었던 기대는 교묘히 형태만 바뀐 채 여전히 피해학생의 숨통을 죄고 있다.
이제 청소년들의 폭력문제는 흔히 '애들 크면서 있을수도 있는 일'이나 '소수의 힘없고 한심한 애들이나 당하는 일'이 아니다. 학생들 중 누구든 피해자와 가해자가 될 수 있고 그 정도는 분명 도를 지나쳤다. 오늘날 꼬리를 무는 청소년들의 자살, 가출문제 역시 이와 무관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보다 더 안타까운 일은 정작 이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학교폭력사건이 일어나면 학교 측은 사실을 은폐하기 급급하다. 또한 조사하고 바로잡아야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겉치레식 거수 조사나 효력 없는 설문지로 오히려 피해학생들에게 간접적으로 2차 피해를 주고 있다.
흔히 학생들은 학교폭력을 당하면 부모님이나 선생님들께 알려 도움을 요청하거나 가해자 학생과 진솔한 대화와 자기노력을 통해 극복하라는 가르침을 줄곧 받아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정작 폭력의 늪에 빠졌을 때는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다.
부모님께 알리는 방법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을 거라는 불안감과 부모님을 걱정시켜 불효를 끼쳤다는 죄의식이 도사리고 있다. 선생님께 말한다면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가해학생들을 불러 사실을 확인한 후 그러지 말라는 간단한 훈계로 자신의 임무를 다했다고 착각하는 일이 다반사다. 이런 쓸모없는 훈계는 가해학생들을 더욱 자극하는 촉매제가 될 뿐이다.
마지막으로 가해학생과의 대화나 자기노력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 그런 방법으로 해결될 사태였다면 피해학생은 진작부터 고민하지 않았을 일이다. 결국, 피해학생은 의지할 곳 없이 폭행당하고 참고 폭행당하고 혼자 끙끙앓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아무 노력도 해보지 않고 당하기만 하는 바보'가 되어버리고 만다.
사회는 그런 바보들을 차갑게 바라본다. 비피해자인 학생이나 가해자들은 그들에게 "힘이 없으니 당할 수 밖에 없다"나 "당할만하니 당한다"는 어처구니없는 비난을 퍼붓는다. 
이런 사고는 대단히 위험하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조금 부풀려 말하자면 자신이 어느 날 이름 모를 괴한에게 칼을 맞거나, 당장 강대국이 쳐들어와 우리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든다 해도 할 말 없는 자들이다. 그들의 논리에 따르자면 칼을 맞은 게 잘못이거나 강대국에 비해 우리나라가 힘이 없어 당한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허울뿐이고 가식적인 대책을 일삼는 정부나 학교 측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비피해자나 가해자들 역시 아직 피해학생들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려면 한참 멀었다. 우선 그들을 바라보는 색안경부터 벗고 나서서 그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시선으로 문제를 바라보았을 때 비로소 학교폭력의 탈출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