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경력자여야만 하나요?

2022-08-17     포항일보

이제 더 이상 취준생이라는 꼬리표를 달 고 다니기에는 가족들에게도, 내 자신에게 도 부끄러웠다. 자기소개서를 좀 더 다듬어 볼까, 증명사진을 다시 찍어볼까, 눈을 낮춰 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해봐도 여전히 취업 문은 바늘구멍이다. 막막하기만 하다. 하지만 취업문보다 더 막막한 건 늘 마음 에 드는 채용공고가 뜰 때마다 어김없이 경 력자를 원한다는 사실이다. 아르바이트도, 인턴도 아닌 정식으로 일한 경력을. 몇 개 월 가지고는 어림도 없다. 이름 알만한 곳 이면 최소 2년이다. 갓 대학을 졸업한 나 같 은 취업준비생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어쩌다 운 좋게 서류전형을 통과해서 면 접을 보러 가보면 더욱 기가 찬다. 분명 신 입, 심지어 수습사원을 뽑는데도 이미 경력 자들이 즐비해 있다. 물론, 중소기업에서 쌓 은 경력이라 100% 인정되는 경우는 드물 다 쳐도 이제 막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지 원자에 비하면 충분히 유리한 고지를 선점 한 셈이다. 경력자들을 원하는 회사의 입장 도 충분히 이해는 간다. 같은 월급을 준다 치면 당연히 신입보다는 이런저런 경험도 있고, 현실감도 있는 ‘중고 신입’을 선호할 터다. 하지만 중고가 아닌 ‘신삥’들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 좌절감만 맛본다. 갈수록 경기가 냉랭해지는 오늘날 우리나 라 모든 사장님들, 혹은 면접관님들께 조심 스레 부탁드리고 싶다. 가끔은 지원자들 그 자체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신입이 경력보 다 적응 속도는 느릴 테지만 끈기나 열정은 한 수 위일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이지연(포항시 북구 용흥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