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명작 장편소설] 산사(山寺)에 눈이 내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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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명작 장편소설] 산사(山寺)에 눈이 내리네
  • 권우상
  • 승인 2018.01.31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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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회

“이번에는 장난감 기차를 쳐보자.”

건반위에서 내 열 손가락이 바쁘게 춤추기 시작했습니다.

장난감 기차가 뛰뛰 떠나간다
과자랑 사탕을 싣고서
엄마 방에 있는 우리 애기한테
갖자 주러 갑니다
장난감 기차가 뛰뛰 떠나간다
사과와 포도를 싣고서
공부 많이 하는 우리 언니한테
갖다 주려 갑니다.

“잘 했다. 이번엔 다른 곡을 쳐보자”

양어머니는 다음 장 악보를 넘겼습니다. <떠나면 안돼>라는 곡이었습니다. 건반위에서 내 손가락이 바쁘게 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아이스크림 맛이 있어서
하나 먹고 둘 먹고 또 먹었더니
뿌루루룩 뿌루루룩
뿌룩 뿌룩 배가 아파요
어지러웠죠 골치 아팠죠
병원에 갔죠 주사 맞았죠
그런데 내동생들이
하나 먹고 둘 먹고 또 먹겠대요
그러면 안돼 그러면 안돼
떽떽떽!

양어머니는 잘 친다고 하시면서 좀 더 어려운 곡을 연습하자고 하였습니다. 나는 양어머니의 가르침을 받으며 조금 더 어려운 곡을 치는 연습을 하였습니다. <전국 어린이 피아노 경연대회>가 하루 하루 다가오면서 마음이 초조해졌습니다. 나는 더욱 열심히 피아노 치는 연습을 하였습니다. 하루 종일 열심히 피아노를 쳤습니다. 손가락이 몹시 아팠지만 이번 피아노 대회에 꼭 상을 받아서 구치소에 계시는 양아버지를 즐겁게 해 드릴 생각이었습니다.

내일이면 <전국 어린이 피아노 경연대회>가 열립니다. 그리고 이번 삼일절에는 구치소에 계시는 양아버지가 특사로 풀러 나옵니다. 나는 삼일절이 오기를 초조하게 기다렸습니다. <전국 어린이 피아노 경연대회>가 있는 날도 삼일절이었습니다. 서울시립문화예술회관 대강당에는 <전국 어린이 피아노 경연대회>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는 대회에 참가하는 학생들의 가족들도 있었고,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곧 피아노 경연대회가 열릴 모양입니다. 무대에는 거대한 연주용 피아노가 놓여 있었고 맞은 편 벽에는 <전국 어린이 피아노 경연대회>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대 한 켠에는 대회에 참가할 전국에서 모인 50여 명의 학생들이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의자에 앉아 있었습니다. 모두들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이었지만 어딘가 초조한 마음이 엿보였습니다. 아마 모두들 긴장이 되는 모양입니다. 대회에 참가한 학생들 가운데에는 나도 끼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대의 다른 한 켠에는 다섯 명의 심사위원이 긴 책상 앞에 앉아 있었습니다. 대회에 참가하는 가족들과 친지들은 모두 관중석에 앉아 있었고, 양어머니와 모훈이 오빠도 다른 가족들 속에 앉아 있었습니다. 나는 어떤 성적이 나올지 가슴이 뛰었습니다. 더구나 소리를 정상적으로 잘 들을 수 있는 학생과 피아노 실력을 겨루는 자리이기 때문에 몹시 마음이 초조하고 긴장되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조금도 마음을 움츠리지 않았습니다. 스마트 보청이어폰이 있기에 소리를 듣는데는 큰 불편이 없었습니다.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습니다. 내가 무대에 올라오기 전에 양어머니가 하신 말씀처럼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지금까지 닦아온 솜씨를 아낌없이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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