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명작 장편소설] 산사(山寺)에 눈이 내리네
상태바
[권우상 명작 장편소설] 산사(山寺)에 눈이 내리네
  • 권우상
  • 승인 2018.02.01 14: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33회

내가 연주를 할 순서는 스물 두 번 째입니다. 한 사람이 치는 자유곡은 한 곡이고 지정된 곡도 한 곡인데 자유곡은 어린이들이 동요 중에서 한 곡을 선택하면 되고, 지정곡은 <바람개비>와 <봄맞이> 중에서 한 곡을 선택해야 하지만 자유곡을 지정곡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도 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자유곡을 <바람개비>로 하고 지정곡은 <봄맞이>로 선택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 사회자가 부르는 이름에 따라 피아노의 아름다운 음율이 강당 안에 가득히 울려 펴지는 가운데 어느새 내가 나갈 차례가 되었습니다. 사회자는 내 이름을 불렀습니다.

“다음은 박모란 양!”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관중들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고 나서 피아노 앞에 사푼이 앉았습니다. 마음이 초조하여 가슴이 뛰고 맥박이 빨라지기 시작했지만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면서 건반 위에 두 손을 얹고 악보를 보면서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자유곡인데 <바람개비>입니다.

뱅글뱅글 돌아간다 바람개비 돌아간다
꽃바람도 강바람도 새소리도 감겨온다
빨강 노랑 파랑 초록 곱게 어울려
우리들의 고운 꿈을 활짝 펼쳐라
바람개비 날개에서 태어나는 푸른 세상
뱅글뱅글 춤을 춘다 바람개비 춤을 춘다
산마을 꽃구름도 저 하늘도 감겨돈다
해님 달님 별님 곱게 어울려
뱅글뱅글 춤을 춘다 푸른바다 춤을 춤다
바람개비 날개에서 훨훨 나는 푸른 우리

연주가 끝나자 우뢰와 같은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양어머니와 모훈이 오빠는 어디에 앉아 있는지 보이지 앉았지만 아마 어디선가 앉아서 큰 박수를 쳤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회자는 마이크 앞에서 말했습니다.

“다음은 지정곡이 되겠습니다. 곡은 봄맞이입니다.”

나의 열두 손가락은 건반 위에서 미친듯이 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몹시 긴장되었지만 차분한 마음으로 건반을 두드렸습니다.

봄이 와요 남실 바람 타고요 동장군 아저씨 도망가지요
개나리 진달래 꽃 반겨주면은 우리 마음도 따뜻해져요
쏘옥쏘옥 새싹이 나고 소곤소곤 속삭입니다
봄이 오면은 세상은 따뜻하고 우리의 마음도 따뜻해
봄이 와요 남실 바람 타고요 쌓인 눈이 사르르 녹아가지요
잠자던 개구리가 기지개 피편 우리의 마음도 따뜻해져요
활짝 활짝 꽃들이 피고 방긋방긋 미소집니다
봄이 오면은 세상이 따뜻하고 우리의 마음도 따뜻해져요

연주가 끝나자 우뢰와 같은 박수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다음 학생이 나와 피아노 연주를 하기 시작했고, 또 그 다음 학생이 나와 연주를 하였습니다. 피아노 경연대회는 모두 끝났습니다. 사회자는 심사결과를 발표한다면서 심사위원들과 귀속말을 주고 받으면서 봉투를 건네 받았습니다. 사회자는 말했습니다.

“수상자는 대상과 우수상 두 사람을 뽑겠습니다. 먼저 우수상을 발표하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