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명작 장편소설] 산사(山寺)에 눈이 내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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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명작 장편소설] 산사(山寺)에 눈이 내리네
  • 권우상
  • 승인 2018.02.02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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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회

사회자가 봉투를 열려고 하자 나는 가슴이 두근거리며 뛰기 시작했습니다. 내 이름인지 아닌지 몹시 초조하고 긴장되었습니다. 내가 태어나 오늘처럼 이렇게 가슴이 뛴 적은 없었습니다. 만일 내가 상을 받지 못한다면 그동안 눈물겨웁도록 연습을 한 나와 나에게 몸과 마음을 다 쏟아 피아노를 가르쳐 주신 양어머니의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자 내 마음은 더욱 초조하고 긴장되었습니다. 가슴이 더욱 뛰었습니다. 드디어 수상자의 이름이 발표되었습니다.

“우수상.. 이은정 양!”

박수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나는 울고 싶었습니다. 내 이름이 아니었습니다. 더욱 마음이 초조했습니다. 실망과 희망이 지옥과 천당을 왔다 갔다 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번에야 말로 내 이름이 나오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 가슴이 쿵쿵 뛰었습니다. 그때 어디선가 보청기를 타고 하늘 나라에 간 인철이 오빠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인숙아! 너는 반드시 상을 받아야 해.. 꼭 상을 받아야 해.“

드디어 대상자가 발표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대상!”

사회자는 말 한마디 툭! 던져 좋고 아무 말이 없습니다. 얼른 발표를 했으면 좋을텐데 자꾸만 뜸을 드리고 있었습니다. 봉투를 뜯는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졌습니다. 대상이 발표되었습니다.

“대상”

사회자는 대상이란 말 한마디를 툭 던져 놓고는 아무말이 없었습니다. 내 마음은 긴장과 초조감으로 새까맣게 타들어 갔습니다. 가슴이 벌렁벌렁 뛰었습니다. 드디어 사회자의 말이 나왔다.

“박모란 양!”

나는 화들짝 놀랐습니다. 정말 그 이름의 주인공이 내가 맞는지 어리둥절 하였습니다. 나는 너무 너무 기뻐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엉엉 울었습니다. 우는 내 모습을 보고 사회자가 말했습니다.

“대상을 받은 박모란 양은 청각장애인입니다. 그래서 오늘 수상은 더욱 남다른 감회가 묻어 나옵니다. 박모란 양은 보청기를 통해 소리를 듣고 있는 청각장애인입니다. 일찍이 부모가 헤어지면서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습니다. 그러나 어려운 환경에서도 박모란 양은 굳굳하게 슬픔을 이겨내 오늘의 이 영광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오늘의 이 영광 뒤에는 또 다른 어머니가 계셨습니다. 그 어머니를 이 자리에 모셔 보겠습니다. 박모란 양이 오늘에 있기까지 열정을 쏟아 준 양어머니께서 나오시기 바랍니다.”

양어머니가 무대위로 올라 오셨습니다. 곱게 차려 입은 한복이 오늘따라 무지개 빛깔처럼 더욱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박모란 양이 대상을 받은 소감에 대해 한 마디 해 주십시오.”

사회자의 말에 양어머니는 말했습니다.

“우리 모란이와 같은 청각장애인도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의 딸 모란이에게 오늘의 이 영광을 안겨주신 심사위원

선생님을 비롯하여 음악을 사랑하시는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양어머니는 관중들에게 허리를 굽혀 예쁘게 인사를 하고 무대 아래로 내려오자 사회자가 말했습니다.

“우리는 이제 박모란 양을 통해 청각장애인도 음악을 알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다시 한번 박모란 양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우뢰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그 박수 소리는 멀리 멀리 하늘 높이 올라가 하늘 나라에 있는 인철이 오빠에게도 들릴 것 같았습니다. 나는 상패와 상금을 받았습니다.

나는 흐느껴 울었습니다. 내가 상을 받자 모훈이 오빠와 양어머니는 꽃다발을 안겨 주면서 축하해 주었습니다. 양어머니는 나를 꼬옥 보듬어 안아 주면서 흐느껴 울자 나도 울었습니다. 옆에 서 있는 모훈이 오빠도 흐느꼈습니다. 나는 너무 기뻐서 받은 상패에 입을 맞추고 나서 또 다시 엉엉 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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