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명작 장편소설] 산사(山寺)에 눈이 내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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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명작 장편소설] 산사(山寺)에 눈이 내리네
  • 권우상
  • 승인 2018.02.06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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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회

양아버지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두 팔로 나를 보듬어 안았습니다. 너무 고마워 나도 눈물이 나왔습니다. 벌써 해님이 봄을 데리고 왔는지 날씨가 따뜻해졌습니다.

“우리 모란이가 피아노 대회에서 대상을 받았어요. 시상식이 끝나고 지금 바로 오는 길이예요.”

양어머니의 말에 나는 피아노 대회에서 받은 상패와 꽃다발을 양아버지에게 내밀었습니다.

“이 상패와 꽃다발을 아버지에게 드립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모훈이 오빠가 없었다면 저에게 오늘 이 기쁨은 없었을 거예요, 이 상패와 꽃다발을 아버지에게 드립니다. 아버지! 감사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아버지!”

그렇게 말하고 나서 나는 양아버지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였습니다.

“보아 하니 듣던 대로 착하구나! 우리 모란이.. 죽은 모란이와 꼭 닮았어..”

“자, 이거 잡수세요.”

양어머니의 말에 고개를 들어 보니 손에 두부가 쥐어져 있었습니다. 양아버지는 빙그레 웃으시면서 두부를 몇 번 베어 잡수셨습니다. 우리 가족은 승용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차안에서 양아버지는 왜 구치소에 가게 되었는지에 그 동안 내가 궁금했던 그 이유를 말해 주었습니다. 그 동안 내가 궁금해 하면서 가슴에 깊이 묻어 두었던 풀지 못한 숙제 하나가 풀리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러니까 30여년 전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때 양아버지는 서울에서 대학에 다니고 있었는데 군사독재 시절이었다고 합니다. 이름은 박종수 씨라고 하였습니다. 부산에서 태어나 남부민동 가난한 달동네에서 자란 박종수 씨는 고등학교까지는 부산에서 다녔지만 대학은 서울에서 다녔습니다. 고등학교에 다닐 때에는 유도와 권투를 하면서 운동선수로 활동했습니다. 공부도 잘해서 대학을 갈려고 서울에 왔습니다. 대학에 다니는 동안 박종수 씨는 정치나 사회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군사정부를 반대하는 활동에 가담하기로 결심하고 대학생 친구와 함께 시위에 나섰고 시위를 막는 경찰관과 다투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몸싸움을 했는데 점점 싸움이 커지자 시위하는 학생들의 숫자도 많아지면서 경찰관들은 최루탄을 쏘고 총기를 사용할려고 하였습니다. 경찰관들은 학생들을 죽일려고 총기를 든 것은 아니지만 공포탄을 쏘아 극열해지는 학생들의 시위를 해산시킬려고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박종수 씨는 친구와 함께 경찰관을 덮쳐서 총을 빼앗으려고 하였습니다. 심한 몸싸움을 하다가 경찰관이 쥔 권총에서 실탄이 발사되어 경찰관은 머리에 큰 부상을 입었습니다. 경찰관은 병원으로 급히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다음날 숨을 거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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