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명작 장편소설] 산사(山寺)에 눈이 내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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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명작 장편소설] 산사(山寺)에 눈이 내리네
  • 권우상
  • 승인 2018.02.09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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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회

영철이는 꽃다발을 내 앞에 내밀었습니다.

“모란아! 피아노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걸 축하 해! 텔레비전에서 네가 상을 받는 걸 봤어.”

그제야 나와 모훈이 오빠 그리고 양어머니는 영철이가 왜 우리 집에 찾아왔는지 알았습니다. 나는 영철이에게 꽃다발을 받으며 고맙다고 했습니다. 양어머니는 영철이에게 안으로 들어오라고 하였습니다. 영철이는 목발을 짚고 거실에 들어 왔습니다. 양어머니는 영철이가 목발을 짚은 다리를 보면서 많이 다쳤느냐고 묻자 영철이는

“의사 선생님이 평생 목발을 짚고 다녀야 한다고 했어요”

하고 말했습니다. 양어머니는 안됐다고 하면서 양아버지에게 모훈이 오빠와 같은 반 친구라고 소개했습니다.

양아버지가 어떻해 해서 다쳤느냐고 묻자 영철이는 아파트 앞 길에서 놀다가 뒤에 차가 오는지도 모르고 길에 뛰어 나갔다고 차와 부딪쳤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나와 모훈이 오빠에게 그동안 내가 청각장애인이라고 편견으로 봐 왔던 일에 대해 잘못을 빌었습니다. 막상 자신이 다쳐서 몸이 불편해 보니 불편한 사람의 마음을 알겠다고 하였습니다. 나와 모훈이 오빠는 그동안 미워했던 영철이를 용서하고 다정한 친구로 받아들어 주기로 하였습니다. 양어머니는 나에게 말했습니다.

“모란아! 이제 우리는 가족들이 다 모였으니 명랑한 얼굴로 네가 전국 어린이 피아노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봄맞이> 노래를 다 함께 불러보자 피아노는 모란이가 치고..”

나는 대답을 하고 피아노 앞에 앉았습니다. 우리 가족과 영철이 모두 내가 치는 피아노 연주에 맞추 노래를 불렀습니다.

봄이 와요 남실 바람타고요 동장군 아저씨 도망가지요
개나리 진달래꽃 반겨주면은 우리의 마음도 따뜻해져요
쏘옥쏘옥 새싹이 나고 소곤소곤 속삭입니다
봄이 오면은 세상은 따뜻하고 우리의 마음도 따뜻해져요
봄이 와요 남실 바람타고요 쌓인 눈이 사르르 녹아가지요
잠자던 개구리가 기지개 피면 우리의 마음도 따뜻해져요
활짝활짝 꽃들이 피고 방긋방긋 미소집니다
봄이 오면은 세상이 따뜻하고 우리의 마음도 따뜻해져요

노래가 끝나자 모두 박수를 쳤습니다. 오늘처럼 즐겁고 행복한 날도 없었습니다. 나를 낳아주신 친어머니도 구치소에 갈 때 승용차를 운전하던 그 아저씨와 곧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 것입니다.

일주일이 지나자 친어머니의 결혼식 날이 되었습니다. 나의 친어머니가 새로운 가정을 꾸미는 날입니다. 결혼식은 교회에서 치루어졌습니다. 양부모님과 모훈이 오빠를 비롯하여 많은 교회 신도들이 축하 손님으로 모였습니다. 내가 피아노 연주를 맡았습니다.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 하얀 면사포를 머리에 쓴 신부가 하얀 나비처럼 사푼사푼 날아와 주례를 맡으신 목사님 앞으로 나왔습니다. 그 신부는 나의 친어머니였습니다. 그리고 신랑이 깔끔하게 양복을 차려 입고 나왔습니다. 그 신랑은 내가 구치소에 가면서 승용차를 운전하시던 그 아저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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