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명작 장편소설] 산사(山寺)에 눈이 내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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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명작 장편소설] 산사(山寺)에 눈이 내리네
  • 권우상
  • 승인 2018.02.12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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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회

두 분은 모두 청각장애인이라 귀에 보청기를 달고 있었습니다. 주례를 맡은 목사님 앞에 두 분이 나란히 섰습니다. 목사님은 오늘부터 두 신랑 신부는 한 쌍의 부부가 되었으니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겠느냐고 물었습니다. 두 분은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두 분의 결혼을 축하하는 피아노의 반주에 맞추어 성가대의 노래가 교회안에 울려 퍼졌습니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지금도 그 사랑받고 있지요
태초부터 시작된 하나님의 사랑은
우리의 만남을 통해 열매를 맺고
당신이 이 세상에서 존재함으로 인해
우리에게 얼마나 큰 기쁨이 되는지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지금도 그 사랑 받고 있지요

결혼식이 끝나자 나는 너무 기뻐서 꺼이꺼이 울었습니다. 친어머니에게도 이렇게 기쁜 날이 있구나 생각하니 눈물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양어머니는 내 곁에 다가서더니 속삭이듯 말했습니다.

“모란아! 너를 낳아준 엄마도 네 엄마고 너를 키워준 나도 네 엄마다. 그러니 두 사람 모두 네 엄마이니 언제든지 네가 있고 싶은 엄마한테 있어도 된다. 친엄마가 보고 싶으면 친엄마한테 가 있고, 내가 보고 싶으면 나한테 와도 좋고.. 그러니 아무 걱정말고 이제부터 두 엄마에게 왔다 갔다 하면서 행복하게 살아라. 알겠니?”

대답을 하는 나의 눈에서는 피아니스트의 꿈을 이루게 해 주신 양어머니가 너무 고마워 눈물이 났습니다. 결혼식을 마치고 두 분이 탄 승용차가 떠나는 뒷모습을 보면서 나는 손을 흔들며 소리쳤습니다.

“어머니! 행복하게 사세요. 화이팅!”

양부모님과 모훈이 오빠도 멀어지는 승용차를 보면서 손을 흔들었습니다.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구름 몇 점이 둥실둥실 떠가는 파란 하늘에는 해님이 따뜻한 얼굴로 방긋방긋 웃고 있었습니다.

그 해 가을이었습니다. 나는 화장실을 가도 볼 일을 다 보지 못한 느낌이었습니다. 양어머니에게 말하자 나를 데리고 동네 작은 병원에 갔습니다. 의사는 보자마자 사진만 한 장 찍어 주고는 이 사진을 들고 빨리 큰 병원으로 가보라고 하였습니다. 이미 위장암은 몸에 여기저기 퍼져 대학병원에 갔습니다.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양어머니는 담당 의사에게 우격다짐으로 수술을 간곡히 부탁했습니다. 수술을 하고 지루한 항암치료가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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