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명작 장편소설] 산사(山寺)에 눈이 내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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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명작 장편소설] 산사(山寺)에 눈이 내리네
  • 권우상
  • 승인 2018.02.20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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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회

그 해 가을이었습니다. 모훈이 오빠는 플라이급(체중 51kg - 54kg) 아마추어 권투시합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전국 중학생 가운데 플라이급에서 가장 훌륭한 선수를 뽑아 우승컵이 주어지는 시합이었습니다. 예선을 거쳐 마지막 결선에 올라 온 모훈이 오빠가 상대할 선수는 박기철 씨였습니다. 박기철 씨는 모훈이 오빠와 초등학교에 같은 반 또래 친구였는데 장차 권투선수가 되겠다고 도장에 나가 권투를 배우고 있었습니다. 박기철 씨가 다니는 중학교는 모훈이 오빠와 다른 학교였습니다. 다른 지역으로 이사했기 때문에 학군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박기철 씨가 링위에 올라왔습니다. 많은 관중에는 나와 양아버지와 양어머니 그리고 모훈이 오빠의 친구도 있었습니다. 물론 박기철 씨 쪽에서도 부모님과 친구들이 많이 와서

“박기철.. 박기철.. 박치철..”

하면서 팔을 흔들며 응원을 하고 있었습니다.

심판의 두 선수 소개가 있자 곧바로 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1회전은 두 선수 모두 상대방 탐색전에만 그치고 있었지만 2회전이 되자 경기는 조금 치열해졌습니다. 박기철 씨가 코너로 몰리는 듯 했습니다. 모훈이 오빠는 박기철 씨를 구석 코너로 몰아붙이며 잘 싸우자 나는 두 손을 들고 환호를 하였습니다. 모훈이 오빠는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칠세라 좌우 뻔치를 마치 사운드빽(모래 주머니)을 치듯 박기철의 가슴과 허리에 소나기처럼 쏟아붓자 박기철은 모훈이 오빠의 허리를 껴안으며 크린치로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하여 두 번째 라운드를 겨우 버티어 냈습니다.

다시 공이 울리자 마지막 세 번째 경기가 다시 시작되었다. 일 분이 겨우 지났을까 이번에는 모훈이 오빠가 코너로 몰리는 듯 했습니다. 나는 마음이 초조하여

“오빠 힘내! 오빠 힘내!”

하면서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박기철 씨의 주먹이 계속 모훈이 오빠의 가슴으로 날아들자 모훈이 오빠는 힘겨운 듯 간신히 버티어 내고 있었습니다. 나는 다시 한번 모훈이 오빠에게 힘을 내라고 소리쳤습니다. 모훈이 오빠는 잠시 방어만 하는 듯 하더니 왼쪽 쨉을 유연하게 구사하면서 허리를 폈다 오그렸다를 반복하더니 강한 오른쪽 뻔치를 번개처럼 날리며 박기철의 턱을 강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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