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명작 장편소설] 산사(山寺)에 눈이 내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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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명작 장편소설] 산사(山寺)에 눈이 내리네
  • 권우상
  • 승인 2018.02.21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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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회

순식간에 턱을 맞은 박기철 씨는 얼마나 아팠는지 턱이 옆으로 홱 돌아가는 듯 하면서 몸의 중심이 왼쪽으로 약간 기울어지더니 배를 잡듯 허리를 굽히고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습니다. 이 때를 놓칠세라 모훈이 오빠는 좌우 뻔치를 박기철 씨의 가슴과 턱에 수차례 연달아 퍼부었습니다. 모훈이 오빠를 응원하는 쪽에서 와! 하는 함성이 쏟아졌습니다. 나도 기뻐서 소리쳤습니다. 갑자기 어깨가 축 처지고 몸의 중심을 잃은 박기철 씨는 아랫도리가 비틀거리며 힘겨웁게 잠시 버티어 내는가 했더니 모훈이 오빠의 강력한 오른쪽 뻔치로 결정타를 맞은 박기철은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는지 양 팔을 축 늘어뜨리고 비틀거리다가 마치 썩은 무우처럼 그 자리에 퍽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와! 하는 관중들의 함성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나도 얼마나 기쁜지 양어머니를 부둥껴안고 엉엉 울었습니다. 양아버지도 웃으며 박수를 쳤습니다. 심판은 모훈이 오빠의 한 팔을 번쩍 들어 주었습니다. 모훈이 오빠가 이긴 것입니다. 모훈이 오빠가 대형 토로피를 높이 치켜들고 관중들을 향해 인사할 때 나는 기뻐서 또 한번 엉엉 울었습니다.

모훈이 오빠가 권투를 한 후 우리 집에는 새로운 활기가 넘쳐났습니다. 구치소에서 출감한 후 양아버지는 직장을 갖게 되었고, 양어머니는 피아노 학원을 열어 원장님을 하셨고, 원장님과 함께 피아노를 가르치는 여자 선생님도 한 분 들어 오셨습니다. 그 여자 선생님에게 나는 언니라고 불렀습니다. 나는 언니의 도움도 받으며 더욱 피아노를 열심히 배울 수가 있었고 언니는 나에게 피아노를 더욱 열심히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 날은 지난밤에 꿈이 좋지 않아 양아버지에게 혹시 무슨 일이 일어날까 싶어 학교를 마치고 곧바로 교회에 나가 양아버지에게 불길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 달라고 하나님에게 기도를 하였습니다. 양아버지는 평소와 다름없이 다음날도 직장에 나가셨고 그날 집에 돌아오신 양아버지는 저녁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하시면서 그날 당한 일을 우리 가족들에게 이렇게 알려 주었습니다.

양아버지는 눈 앞에 펼쳐진 파란 하늘위로 유유히 떠 있는 구름이 새하얗다고 하였습니다.

“내가... 살아.. 있나..”

양아버지는 망연히 보이는 하늘에서 자신이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감이 오지 않았습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조심스럽게 손을 움직여보니 다행이 움직였습니다.

“살았구나! 하나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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