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명작 장편소설] 산사(山寺)에 눈이 내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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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명작 장편소설] 산사(山寺)에 눈이 내리네
  • 권우상
  • 승인 2018.02.22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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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회

양아버지 입에서 절로 하나님이 흘러 나왔습니다. 방금 전 고압전류에 몸이 허공으로 날아간 순간 양아버지는 꿈만 같았습니다. 사고는 절곡, 벤딩(묶어진)된 철물을 하역하다가 일어났습니다. 양아버지는 철근 조립기술자였지만 평상시 하역작업까지 따라가지 않았지만 그날따라 사람이 없어 직접 현장에 가서 일을 하였습니다. 공사 현장이 비좁다 보니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철근을 멀리까지 밀어서 내리고 있었고 다음 철근을 내리기 위해 미는 순간 크레인이 2만 볼트 고압선에 닿으면서 튕겨진 양아버지는 마네킹처럼 공중을 날아 내동댕이쳐진 것입니다.

땅에서 떠 있던 크레인의 앞 타이어는 이미 형체도 없이 다 터져버린 상태였고, 양아버지는 자신의 몸을 꼬집어 보면서 살아났음을 실감했습니다. 그제서야 엄청난 통증이 온몸에 밀려 왔습니다. 어깨, 손발 등 겨드랑이까지 감전으로 인해 온 몸에 20 - 30여 군데가 터져 버린 것이었습니다. 쇄골은 부러졌고 발가락 마디 하나는 생명과 맞바꾼 대가로 치러야 했습니다.

그런데 살았다는 기쁨에 몸을 일으킨 양아버지가 가장 먼저 한 일은 휴대 전화였습니다. 사고나 일어난 날은 바로 내 생일이었습니다. 방금 저승 앞까지 다녀온 양아버지는 나에게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 주었고, 영문도 모르던 나는 양아버지의 전화가 정말 기뻤습니다. 양아버지는 그날 사고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고 하였습니다. 보통 특고압에 감전되면 사망 아니면 불구의 몸이 되는데 그렇게 멀쩡히 살아날 수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하나님이 보살펴 주신 것이 아닌가 싶다고 하였습니다.

주위 사람들도 살아난 것이 기적이라고 하면서 하나님이 보살펴 주신 것이 분명하다고 하였습니다. 그렇게 살아난 양아버지였기에 나는 더욱 삶에 용기가 솟아 올랐고, 비록 청각장애인이지만 누구에게도 기가 죽지 않고 항상 티없이 맑고 명랑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양아버지는 사고를 당한 후 그 회사에 다니고 싶지 않다고 하시면서 부산에서 고기잡이를 하는 친구의 소개로 어선을 타겠다고 하였습니다. 양아버지의 고등학교 친구는 부산에서 여러 척의 어선을 가지고 고기잡이를 하는 분인데 갈치를 잡는 어선도 있고 멸치를 잡는 어선도 있는데 양아버지는 멸치를 잡는 어선을 탄다고 하시면서 당분간 혼자 부산에 가 있을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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