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명작 장편소설] 산사(山寺)에 눈이 내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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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명작 장편소설] 산사(山寺)에 눈이 내리네
  • 권우상
  • 승인 2018.02.26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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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회

제3부

따뜻한 햇살에 상쾌한 바닷바람이 불어오자 선장은 멸치잡이 배를 몰면서

“오늘 날씨가 좋아 만선이 틀림 없겠다!”

하면서 ‘사공의 노래’를 불렀습니다.

두둥실 두리둥실 배 떠나간다

물 맑은 봄 바다에 배 떠나간다

이 배는 멸치 잡으러 가는 배

어기야 디여라차 노를 저어라

선장은 배가 두 시간을 달려 한 바다에 도착했을 때 배의 속도를 늦추고 어군탐지기를 바라보았습니다. 어군탐지기 모니터에 멸치 떼가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점점 그 숫자가 많아졌습니다. 12시가 가까워 오자 노랑, 파랑, 빨강 점들이 모니터에 떼지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빨강은 고기 떼를 의미합니다. 선장은 빨강 점들이 모니터의 아랫부분으로 나타나는 걸로 보아 멸치 떼가 수심 50미터 이하에 몰려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50미터는 좀 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햇살이 따뜻해지면 멸치 떼는 수심 20미터 근처에도 올라올 수 있으므로 조금만 더 기다려 보기로 하였습니다. 선장은 즉시 갑판장에게 마이크로 소리쳤습니다.

“모두들 깨워 어서! 기상! 기상! 다들 일어나! 10분 후에 투망할 것이니 다들 일어나! 어서 일어나 준비하라.”

선장은 다시 어군탐지기의 모니터를 뚫어지게 바라보았습니다. 첫 조업에 실패하면 선원들에게 면목이 없고 그 보다 돈벌이가 안되니 무척 신경이 쓰였습니다. 창밖으로 바다를 보니 역시 파도는 잔잔하여 나불거리고 있었습니다. 선장은 배 방향을 돌린 후 속도를 줄이고 마이크를 손에 잡고 입에 대었습니다.

“투망 준비! 빨리 투망 준비! 빨리 서둘러라..”

선장의 힘찬 목소리가 선원들의 귀에 스쳐 지나갔습니다.

“스물발! 스물발! 준비하고 빨리! 빨리!”

선장은 동시에 뺑뺑하고 투망작업 시작을 알리는 짧은 사이렌을 울렸습니다.

“준비 됐어! 스물 발이야! 부이(공) 띄우고 그물 놓고...동작을 빨리 취해라!”

다급한 선장의 마이크 소리에 선원들은 잽싸게 움직였습니다. 그물은 스물 발 길이로 조정됐고 그물 상당에 매달린 석유 드럼통 크기의 스칠로플 부이(공)를 바다에 던졌습니다. 그물들은 빠르게 미끄러지며 바다로 들어 갔습니다.

선장은 천천히 배를 몰면서 창문으로 밖을 내다 보았습니다. 순식간에 1,500m 길이의 그물은 바다로 들어가고 하얀 스틸로풀 부이(공)들만 길게 강진호가 항해한 자취를 따라 둥둥 떠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물의 끝을 표시하는 빨간색 삼각 깃대를 던졌습니다. 30여분 만에 투망 작업은 끝났습니다. 선원들은 뒤 갑판의 주방 곁에 모여 점심을 먹었습니다. 김창국 씨가 하늘을 쳐다보며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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