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명작 장편소설] 산사(山寺)에 눈이 내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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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명작 장편소설] 산사(山寺)에 눈이 내리네
  • 권우상
  • 승인 2018.02.28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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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회

그런데 눈으로 아무리 바다를 보아도 멸치가 한 마리도 뜨는 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스물 발 깊이로 그물을 던졌으니 안 보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다시 어군탐지기를 들어다 보니 빨간 점들이 수 없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큰 멸치들이 그물 코마다 꽉 들어 찼을 것이라고 생각하자 지금 한 시간이 거의 다 되어가니 그물을 끌어 올릴 때가 된 것 같았습니다.

“그물을 끌어 올려라! 빨리 그물을 끌어 올려라!”

선장의 고함소리에 선원들은 빠른 동작으로 그물을 끌어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롤러를 돌리고 올라 온 그물을 갑판에 쌓았습니다. 8 - 12cm 정도 되는 젓갈용 중간 크기의 멸치와 아주 큰 멸치들이 그물 코마다 꽉 박혔습니다. 첫 조업이라 풍어라니 이건 예상을 완전히 뒤엎은 일이었습니다. 선원들은 신나게 그물을 끌어 올리며

“황금 멸치다! 황금 멸치다!. 돈이 올라 오는구나!“

하고 고함을 쳤습니다. 롤러의 힘에 의해 그물이 올라오지만 선원들이 그물을 일일이 손으로 잡아 당겨 갑판에 차곡차곡 쌓아야만 했습니다. 멸치는 성질이 급해 한번 그물코에 걸리게 되면 오래 버티지 못하고 곧바로 질식하게 되므로 갑판에 올라 올 때는 모두 죽은 채 올라 왔습니다. 10cm 이상 되는 큰 멸치와 6 - 8cm되는 중간 멸치가 거의 절반씩 섞여 있었습니다. 선장은 그물을 끌어 올리는 작업을 끝내자 무전기로 덕망호 선장에서 전화를 하였습니다.

“덕망호 어때 많이 잡았나?”

“오늘은 통 시원찮네.”

“만선인가 봐.”

“만선은 아니지만 괜찮게 잡았어.”

“축하하네. 오늘 소주 한잔 사라.”

“그러지.”

강산호는 부산 대변항으로 돌아왔습니다. 선장은 항구에 들어 온 강산호를 접안시켰습니다. 선원들은 고무옷으로 갈아 입고 멸치털기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선원들은 그물을 좌로 우로 가운데로 삼박자에 맞추어 멸치를 털었습니다. 멸치 비늘이 튀어서 팔뚝과 얼굴에 붙었습니다. 그물털기가 다 되어 갈 때쯤 선원들의 얼굴에 붉은 반점으로 얼룩졌고 너무 고되어 코에서는 단내가 났습니다. 큰 멸치가 그물 코마다 걸린 탓에 그물이 무거워 다 터는 데에 두 시간이나 걸렸습니다. 터는 작업이 끝나자 다음은 족대로 멸치를 떠 한 상자에 담았습니다. 한 족대는 20kg 정도로 한 상자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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