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명작 장편소설] 산사(山寺)에 눈이 내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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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명작 장편소설] 산사(山寺)에 눈이 내리네
  • 권우상
  • 승인 2018.03.02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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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회

김창국 씨의 병은 급성맹장염이었습니다. 조금만 늦게 병원에 도착했어도 맹장이 터져 사망했을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김창국 씨가 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동안 박종수 씨는 김창국 씨가 내 친아버지란 사실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박종수 씨는 내 친어머니가 재혼하여 행복하게 살고 있는 마당에 내가 친아버지를 만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내가 친아버지를 만나 이 사실을 친어머니에게 알리게 되면 친어머니의 마음에 또 다른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박종수 씨는 친아버지인 김창국씨에게 말했습니다.

“딸을 보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김창국 씨의 부인이었던 모란이 친어머니가 딸이 친아버지를 만났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딸이 친아버지를 그리워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될터이니 그렇게 되면 모란이 친어머니는 마음에 상처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제 지나간 일은 덮어두고 김창국 씨만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김창국 씨는 박종수 씨 말이 맞다고 했습니다.

“지금 새삼스럽게 내가 나타나 행복하게 살고 있는 인숙이 애미 가정에 돌을 던져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참 인숙일 양녀로 삼으면서 이름을 모란으로 바꾸었다고 했지요.”

그렇게 말하면서 오늘 이렇게 나의 양아버지가 박종수 씨란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몰랐던 것으로 덮어 두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나와 멀리 떨어져 있기 위해 퇴원하면 원양어선을 타고 바다 멀리 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모란의 장래를 위해 은행예금통장을 만들어 매달 얼마씩 돈을 넣어 줄터이니 이 통장은 모란이 모르게 박종수 씨가 가지고 있다가 모란일 위해 값있게 사용해 주시오”

하였습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지금까지 나를 버린 죄를 조금이라도 갚는 일이라고 하였습니다. 박종수 씨도 그렇게 하겠다고 승낙을 하였습니다. 일주일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던 김창국 씨는 퇴원 후 은행예금통장을 박종수 씨에게 건네주면서 말했습니다.

“이 통장에는 그동안 내가 열심히 일해서 번 돈 3천만원이 들어 있습니다. 앞으로 배를 타고 열심히 돈을 더 벌어 내 생활비를 빼고 정기적으로 통장에 입금을 하겠으니 이 돈을 잘 모아 두었다가 모란일 위해 써주면 좋겠습니다. 모란이가 대학을 가자면 많은 돈이 필요할 것이니 모란이 친아버지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것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하는 것만이 내가 그동안 모란이에게 잘못한 짓을 한데 대한 죄값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친아버지에게 내가 입은 정신적 피해는 돈으로 보상할 수는 없지만 친아버지로서는 나에게 할 수 있는 일은 이것 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박종수 씨! 우리 모란일 잘 부탁합니다. 이제 나는 모란이를 버린 이상 아버지라고 주장할 권리도 없고 그렇게 말할 입장도 아닙니다. 이미 모란이는 박종수 씨의 딸입니다. 박종수 씨! 다시 한번 우리 모란일 잘 부탁합니다. 훌륭하게 키워주시오.”

그렇게 말한 김창국 씨는 박종수 씨의 손을 잡고 꺼이꺼이 울면서 다시 말했습니다.

“내가 버린 자식을 주워다 키워준 박종수 씨에게 뭐라고 고마운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박종수 씨! 고맙소. 정말 고맙소! 모란일 잘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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