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명작 장편소설] 산사(山寺)에 눈이 내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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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명작 장편소설] 산사(山寺)에 눈이 내리네
  • 권우상
  • 승인 2018.03.05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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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회

김창국 씨가 다시 울자 박종수 씨도 눈물이 그렁했습니다. 김창국 씨 머리에는 지난날 나를 버린 일들이 영화의 필림처럼 지나갔습니다. 또한 나의 친어머니에게도 이혼이라는 상처를 준 것도 가슴 속 깊이 후회가 되었습니다. 박종수 씨의 손을 잡고 우는 김창국 씨에게 박종수 씨는 말했습니다.

“김창국 씨는 마음이 착한 사람입니다. 오늘 이렇게 자식과 부인에 대한 잘못을 뉘우친다는 것만으로도 김창국 씨는 양심있는 훌륭한 사람입니다. 이런 훌륭한 아버지가 낳은 모란일 내가 양녀로 삼았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더욱 호뭇합니다. 모란인 내가 잘 키워서 반드시 유명한 피아니스트로 만들 것이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고맙소. 정말 고맙구만.”

김창국 씨에게 은행통장을 받은 박종수 씨는 다시 한번 손을 잡고 두 사람은 작별의 아쉬움을 나누었습니다. 언제 다시 만날지 기약없는 이별이었습니다. 박종수 씨는 다음날도 여전히 김창국 씨와 멸치잡이 어선을 타고 바다에 나갔습니다. 하지만 양아버지는 한 달만 더 어선을 타고 서울로 가서 다른 직장을 구해 볼 생각이었습니다. 아무래도 고기잡이는 체질에 맞지 않았습니다. 한 달이 지나자 친아버지 김창국 씨는 원양어선으로 직장을 바꾸었습니다. 원양어선은 바다 멀리 나가서 고기를 잡아야 하기 때문에 짧게는 5 - 6개월 길게는 일년 이상 걸려야 돌아옵니다.

김창국 씨가 원양어선을 탄 것은 나와 멀리 떨어져 있겠다는 생각이 깔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가까이 있으면 서로 자주 만나게 되고 이런 일을 친어머니가 알면 또 다른 상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나의 친어머니와도 멀리 떨어져 있겠다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원양어선을 타고 멀리 떠나던 날, 친아버지는 양아버지의 손을 잡고 나를 잘 키워 달라고 다시 한번 부탁했습니다. 양아버지는 나에 대해서는 조금도 걱정을 하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친아버지가 원양어선을 타고 멀리 떠난 후 양아버지는 멸치잡이 어선을 그만두고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철근 조립기술자로 아파트를 짓는 건설회사에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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