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명작 장편소설] 산사(山寺)에 눈이 내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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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명작 장편소설] 산사(山寺)에 눈이 내리네
  • 권우상
  • 승인 2018.03.06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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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회

중학생이 된 나와 모훈이 오빠가 점점 성장하는 모습을 본 양부모님은 가슴이 뿌듯하기만 하였습니다. 양아버지는 지금쯤 친아버지는 원양어선을 타고 대서양인지 태평양인지 넓은 바다에서 파도와 싸우며 고기잡이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자 사람이 산다는 것도 역시 넓은 바다에서 파도와 싸우며 고기잡이를 하는 일과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어버이날, 나는 모훈이 오빠와 함께 어버이날을 맞아 카네이션 꽃을 두 송이 양아버지와 양어머니 가슴에 달아 주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피아노 앞에 앉아 연주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 할 일이 또 하나 있지

바람 부는 벌판에 서 있어도 나는 외롭지 않아

그러나 솔잎 하나 떨어지면 눈물 따라 흐르고

우리 타는 가슴 가슴마다 햇살은 다시 떠오르네

이 영원히 변치 않을 우리들의 사랑으로

어두운 곳에 손을 내밀어 밝혀주리다.

피아노 연주가 끝나자 양부모님과 모훈이 오빠는 박수를 쳤습니다.

그 날 나는 밤이 되어 혼자 내 방에 들어와 잠자리에 누었지만 잠이 오지 않아 이 생각 저 생각하다가 지금쯤 친아버지는 어디서 무얼하고 사시는지 궁금했습니다. 친어머니는 짝을 만나 경북 봉화에서 약초를 재배하며 행복하게 사시는데 친아버지는 짝도 없이 혼자 어디서 무얼 하고 사시는지 궁금했습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부산에서 멸치잡이 어선을 탄다고 하기도 하고 원양어선을 타고 바다 멀리 나갔다는 말도 들리지만 나로서는 확실히 알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친아버지가 어디서 무슨 일을 하고 사시든지 건강한 몸으로 오래 오래 사시기를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내가 중학교 2학년이 되고 모훈이 오빠는 고등학교 1학년이 되던 해 가을, 시립문화회관 특설무대에서 <전국 청소년 피아노 경연대회>가 열렸습니다. 나는 양어머니와 상의하여 이 대회에 나가기로 했습니다. 마음이 초조하고 가슴이 떨렸지만 지금까지 열심히 배워 온 기량을 발휘하여 멋진 연주 솜씨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 많은 혜택이 주어집니다. 피아노를 전공하기 위해 음악대학에 입학하면 장학금을 받게 되고 등록금도 면제됩니다. 그래서 장차 음악대학에 가서 피아노를 전공할 청소년들은 이 대회에 많이 참가했습니다.

무대 중앙에는 연주용 대형 피아노가 놓아 있었고, 정면 벽에는 <전국 청소년 피아노 경연대회>란 큰 현수막이 걸려 있었습니다. 관객석에는 많은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 있었습니다. 대회에 참가하는 청소년들의 가족들도 있었고,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피아노를 전공하는 유명한 분들도 있었습니다.

곧 피아노 경연대회가 열릴 모양입니다. 무대 한 켠에는 다섯 명의 심사위원이 긴 책상 앞에 앉아 있었고 대회에 참가하는 가족들과 친지들은 모두 관중석에 앉아 있었습니다. 양어머니와 모훈이 오빠도 다른 가족들과 함께 앉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반 또래 친구들도 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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