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명작 장편소설] 산사(山寺)에 눈이 내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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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명작 장편소설] 산사(山寺)에 눈이 내리네
  • 권우상
  • 승인 2018.03.07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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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회

나는 어떤 성적이 나올지 궁금한 가운데 가슴이 뛰었습니다. 더구나 소리를 정상적으로 잘 들을 수 없어 보청기를 통해 들어야 하기 때문에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초등학교 때 이미 대회에 나가 수상한 경험이 있었기에 큰 두려움은 없었습니다. 비록 오늘 이 대회에 수상을 하지 못한다 해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결심 뿐이었습니다. 양어머니께서 우승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오르지 최선을 다 하라고 하셨습니다.

내가 무대에 오르기 전에 양어머니가 하신 말씀처럼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지금까지 길러 온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생각이었습니다. 내 순서는 열 일곱 번째입니다. 한 사람이 치는 곡은 지정곡이 5곡이고 자유곡이 5곡이라 꽤 많은 편입니다. 이렇게 곡이 많은 이유는 명실공히 파아노 연주를 하는 전문 피아니스트로 인정받기 때문이라고 하였습니다. 명실공히 정식으로 피아니스트가 되는 것입니다. 자유곡과 지정곡 모두 어린이들이 부르는 동요 중에서 선택하면 되고 지정곡은 <과수원 길>과 <연날리기> <숲속을 걸어요> <실버들> <기차를 타고> 입니다.

내 차례가 되었습니다. 나는 나비처럼 나뿐나뿐 무대에 나타나 관중들에게 인사를 하자 박수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나는 다시 한번 관중들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고 나서 피아노 앞에 앉았습니다. 치는 곡은 <과수원 길>이었습니다.

동구밖 과수원 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
하이얀꽃 이파리 눈송이처럼 날리네
향긋한 꽃냄새 실바람 타고 솔솔 둘이서 말이 없네
얼굴 마주보며 생긋 아카시아 꽃 하얗게 핀 먼 옛날의 과수원길

접속곡으로 다음은 <연날리기>입니다.

에헤야디야 바람이 분다 연을 날려보자
에헤야디야 잘도 돈다 저 하늘 높이 난다
무지개 옷을 입고 저 하늘에 꼬리를 흔들며
모두 다 어울려서 친구된다 두둥실 춤을 춘다
에헤야디야 바람이 분다 연을 날려 보자
에헤야디야 잘도 돈다 우리의 꿈 싣고

접속곡으로 다음은 <솦속을 걸어요>입니다.

숲속을 걸어요 산새들이 속살 보이는 길
숲속을 걸어요 꽃향기 그윽한 길
해님도 쉬었다 가는 길 다림쥐가 넘나드는
정다운 얼굴도 우리 모두 숲속을 걸어요
숲속을 걸어요 맑은 바람 솔바람이는
숲속을 걸어요 도랑물이 노래하는 길
달님이 쉬었다가는 산노루 남나드는 길
웃음띈 얼굴로 우리 모두 숲속을 걸어요

이번에는 접속곡으로 <실버들>입니다.

우리 마을 앞 냇가에 서 있는 실버들
해마다 봄이 되면 옷감을 짜나봐요
봄님의 고운 손길로 하늘하늘 늘더진 연두 실타래
어느새 아름다운 연두빛 봄옷 한벌 짜면
나무가 입고 뽐낼 보드란 봄옷 한 벌

다시 접속곡으로 <기차를 타고>입니다.

기차를 타고 신나게 달려가 보자
높은 산도 지나고 넓은 들도 지나고
푸른 산을 지날 때엔 산새를 찾고
넓은 바다 지날 때엔 물새와 놀고
설레임 가득 안고 달려가 보자
새로운 세상이 자꾸자꾸 보인다
기차를 타고 신나게 달려가 보자
높은 산도 지나고 넓은 들도 지나고
따뜻한 마음을 서로 나누면
처음 만난 옆 사람도 정다운 이웃
즐거움을 가득안고 달려가 보자
아름다운 세상이 자꾸자꾸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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