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명작 장편소설] 산사(山寺)에 눈이 내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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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명작 장편소설] 산사(山寺)에 눈이 내리네
  • 권우상
  • 승인 2018.03.09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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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회

“수상자는 대상과 우수상 그리고 입상자 각각 한 명씩을 뽑겠습니다. 먼저 입상자를 발표하겠습니다.”

사회자가 봉투를 열려고 하자 나는 가슴이 두근거리며 심하게 뛰기 시작했습니다. 내 이름인지 아닌지 몹시 초조하고 긴장되었습니다. 내가 태어나 오늘처럼 이렇게 가슴이 뛴 적이 없었습니다. 대상은 아니라도 입상이라도 되었으면 싶었습니다. 만일 내가 상을 받지 못한다면 지금까지 피눈물 나도록 피아노 연습을 한 나와 양어머니의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자 마음은 더욱 초조하고 긴장되었습니다. 입상자의 이름이 발표되었습니다.

“입상...... 박은미 양!”

박수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나는 울고 싶었습니다. 내 이름이 아니었습니다. 더욱 마음이 긴장되고 초조했습니다. 실망과 희망이 하늘과 땅을 왔다 갔다 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번에야 말로 내 이름이 나오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 가슴이 쿵쿵 뛰었습니다. 그때 어디선가 보청기를 타고 하늘나라에 간 인철이 오빠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모란아! 이번에도 넌 상을 타야 해.. 꼭 상을 타야 해.“

드디어 우수상이 발표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우수상!”

사회자는 말 한마디 툭! 던져 좋고 아무 말이 없습니다. 얼른 발표를 했으면 좋을텐데 자꾸만 뜸을 드리고 있었습니다. 봉투를 뜯는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졌습니다. 우수상이 발표되었습니다.

“조민주 양!”

이렇게 되면 대상만 남았는데 아무래도 대상은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사회자는 이번에는 대상을 발표다고 했습니다. 드디어 대상이 발표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가슴이 더욱 쿵쿵 뛰었습니다.

“박모란 양!”

정말 그 이름의 주인공이 내가 맞는지 어리둥절 하였습니다. 나는 너무 기뻐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엉엉 울었습니다. 우는 내 모습을 보고 사회자가 말했습니다.

“대상을 받은 박모란 양은 어려서부터 청각장애인입니다. 그래서 오늘 대상을 받은 박모란 양은 남다른 감회가 묻어 나올 것입니다. 박모란 양은 보청기를 통해 소리를 듣고 있는 청각장애인인 데다가 일찍이 부모가 이혼하면서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습니다. 그러나 뼈를 깎는 노력으로 굳굳하게 슬픔을 이겨내 오늘의 이 기쁨과 영광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이 기쁨과 영광 뒤에는 또 다른 어머니가 계셨습니다. 그 어머니를 이 자리에 모셔 보겠습니다. 박모란 양이 오늘에 있기까지 힘과 정성을 쏟아 준 양어머니께서 나오시기 바랍니다.”

양어머니가 무대위로 올라 오셨습니다. 곱게 차려 입은 한복이 오늘따라 무지개 빛깔처럼 더욱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박모란 양이 대상을 받은 소감에 대해 한 마디 해 주십시오.”

사회자의 말에 양어머니는 말했습니다.

“소리를 듣는데 불편한 몸을 가진 우리 모란이와 같은 청각장애인도 피아니스트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딸 모란이에게 오늘의 이 영광을 안겨주신 심사위원 선생님을 비롯하여 음악을 사랑하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양어머니는 관중들에게 허리를 굽혀 예쁘게 인사를 하고 연단 아래로 내려오시자 사회자가 말했습니다.

“우리는 이제 박모란 양을 통해 청각장애인도 음악을 알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다시 한번 박모란 양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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