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명작 장편소설] 산사(山寺)에 눈이 내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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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명작 장편소설] 산사(山寺)에 눈이 내리네
  • 권우상
  • 승인 2018.03.20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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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회

모훈이 오빠는 호랑이를 잡을려면 호랑이가 있는 동굴에 들어가야 한다는 그런 생각이었습니다. 모훈이 오빠가 윤기석과 자주 만나 신뢰를 쌓아가던 어느 날입니다. 윤기석의 집에 갔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집에는 어머니가 없고 가난한데다가 아버지가 술주정꾼으로 일정한 직업도 없이 아파트 공사장에 나가 하루 하루 노동일을 해서 겨우 먹고 살고 있는 형편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공부가 하기 싫어 일진회에 가담하여 돈을 뜯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게다가 윤기석 아버지는 술만 취하면 어머니와 티각태각 싸우기도 했는데 어느 날 서로 심하게 다투다가 최근에 어머니가 가출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매우 가난한 가정에서 어머니 없이 사니까 폭력 학생이 되었다고 생각하지 모훈이 오빠는 윤기석에게 동정심이 일었습니다. 어머니가 가출하자 윤기석 아버지는 변변한 직업도 없이 술만 마시고 다녔습니다. 막노동일을 한다고는 하지만 하다 안하다가를 반복하여 생활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그러자 모훈이 오빠는 윤기석을 도와주고 싶었습니다. 하루빨리 폭력 학생이라는 오명을 벗도록 해야 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름 방학도 끝나고 다시 학교 수업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동안 모훈이 오빠는 매달 꼬박꼬박 윤기석에게 돈을 상납했습니다. 다른 두 명의 학생도 윤기석처럼 힘이 약한 학생들을 괴롭혀 돈을 뜯어 냈고 이렇게 뜯어낸 돈은 3명이 같이 나누어 갖거나 유흥비로 탕진 하기도 했습니다. 모훈이 오빠는 윤기석으로부터 일진회에 들어 올 것을 권유받자 모훈이 오빠는 말했습니다.

“내년에 한·일 청소년 아마추어 권투대회가 있는데 거기에 나가서 우승을 한 후 들어 갈게요. 권투선수란 명예를 갖고 들어가야 내가 선배님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겠어요.”

윤기석은 깔깔 웃으며 말했습니다.

“날 보고 선배님? 그래 그래 내가 너보단 선배지..”

하면서 선배라고 불러주는 것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고 했습니다. 이런 모훈이 오빠의 말은 윤기석의 귄유를 당분간 회피하면서 좀더 시간을 벌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윤기석은 모훈이 오빠의 그런 속셈도 모르고 권투대회가 끝나면 일진회에 들어 올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런 믿음으로 윤기석의 소개로 다른 두 명의 폭력 학생들과도 자주 만날 수 있었고 그 학생이 누구인지도 이름도 알았습니다. 그 학생도 역시 윤기석과 같은 반 학생으로 일진회에 가담해 있었고, 최봉길, 이용팔이란 것을 알았습니다. 이 중에서 윤기석이가 일진회 우두머리 격이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세력을 키울려고 쓸만한 학생을 포섭할려고 찾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모훈이 오빠가 보기에는 이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어른들의 조직폭력에 들어가 활동할 것으로 보였고, 이들은 대학에 진학할 생각은 하지 않고 계속 학생들을 공갈 협박으로 괴롭히면서 돈을 갈취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훈이 오빠는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를 하면서 운동도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체육대학에 갈려면 실기시험을 치뤄야 하기 때문입니다. 모훈이 오빠는 일진회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윤기석에게 돈을 상납하면서 자주 만나 이들과 신뢰를 쌓아가면서 윤기석의 행동을 세밀히 관찰했습니다. 윤기석은 모훈이 오빠가 권투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일진회에 가담시킬려고 했지만 모훈이 오빠는 차일피일 미루면서 정기적으로 돈을 상납하면서 이들에게 잘 보일려고 노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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