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명작 장편소설] 산사(山寺)에 눈이 내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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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명작 장편소설] 산사(山寺)에 눈이 내리네
  • 권우상
  • 승인 2018.03.22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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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회

그날 집으로 돌아온 모훈이 오빠는 아버지에게 친한 친구 아버지가 고속도로에서 큰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을 했는데 문병을 가봐야겠다고 거짓말을 꾸며대자 양아버지는 친한 친구라면 마땅히 그렇게 해야 한다면서 양아버지가 직접 운전하는 승용차로 병원에 가보자고 했습니다. 나와 모훈이 오빠는 양아버지가 운전하는 승용차에 타고 대구로 달려갔습니다. 물어가면서 병원에 찾아가 입원환자를 확인한 후 윤기석 아버지가 입원하고 있는 병실에 우리 세 사람은 들어갔습니다. 그 때 마침 환자가 누워 있는 침대 옆에 윤기석이가 앉아 있었습니다. 우리를 본 윤기석은 저으기 놀라는 표정이었습니다. 아마 모훈이 오빠를 알아 본 모양입니다.

“기석아! 어찌된 거야?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면서.”

윤기석은 의아하다고 할까 당황스럽다고 할까 그런 표정으로

“그런데 네가 여길 웬 일이냐?”

“웬 일이긴. 친구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입원을 했으니 문병을 오는 게 맞자나. 이 분은 우리 아버지야.”

하면서 아버지를 소개하자 양아버지는 윤기석의 손을 잡고 말했습니다.

“우리 모훈이한테 잘 들었다. 우리 모훈이와 둘도 없는 친구라며....아버지가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했다니 참으로 안됐구나.. 그래 부상은 어느 정도냐?.”

“의사 말로는 한 뼘쯤 되는 쇠붙이를 오른쪽 다리에 심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라 조심스럽게 대답하는 윤기석의 말에 모훈이 오빠는 윤기석의 손을 잡고 말했습니다.

“너무 걱정하지마. 네가 어떻게 사는지 난 잘 알고 있어. 그래서 이렇게 내 동생과 아버지를 모시고 문병을 온 거야. 어쩌면 우리가 이렇게 친구가 된 것도 너에게는 좋은 인연인지도 몰라.”

그렇게 말하고 걱정하지 말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윤기석은 얼굴에 이상야릇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선배니 형이니 하고 부르던 모훈이가 여기에 와서는 친구처럼 말을 놓는 것도 그렇고 동생과 아버지와 함께 온 것도 그렇고, 윤기석은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리둥절 하기만 했습니다. 모훈이 오빠는 윤기석에게 나를 소개했습니다. 나는 윤기석에게

“박모란이하고 해요. 우리 오빠와 다정한 친구라고 들었어요. 앞으로도 우리 오빠와 잘 지내주세요.”

하면서 꽃다발을 윤기석에게 주면서

“아버지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지금 아버지가 잠 들어 있으니 깨어 나시면 전해 주세요. 다시 한번 빠른 쾌유를 빕니다.”

하자 윤기석은 어색한 표정으로 꽃다발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양아버지는 가져간 음료수 상자와 금일봉을 주면서 윤기석을 위로했습니다. 모훈이 오빠는 윤기석에게

“그럼 다음에 또 보자.”

하고는 우리는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우리가 돌아간 후 윤기석은 이상한 생각이 머리속에 뱅글뱅글 맴돌고 있었습니다. 매달 돈을 뜯겨 괴로움을 당하면서도 왜 자기에게 문병을 오는지, 그리고 교통사고를 당한 사실을 어떻게 알고 찾아 왔는지, 자기에게 돈을 갈취당한 모훈이가 마치 오랫동안 사귀어 온 다정한 친구처럼 대하는 태도이며 여동생과 아버지까지 와서 사고를 당한 자기 아버지를 위로해 주는 일을 생각하면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거미줄처럼 얽힌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최봉길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모훈이에게 정기적으로 돈을 받고 있다는 연락이었습니다. 그러자 더욱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구나 병원에 찾아오기 전 자기가 받는 돈을 최봉길에게 줬다는 것은 지금까지 다른 아이들과 비교해 보면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았습니다. 친하지도 않는데 친한 친구라고 하면서 아버지와 동생까지 문병을 오느라 대구까지 찾아 왔다는 것은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게다가 위로금까지 주고 간 것도 그렇고.. 생각하면 의문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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