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명작 장편소설] 산사(山寺)에 눈이 내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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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명작 장편소설] 산사(山寺)에 눈이 내리네
  • 권우상
  • 승인 2018.03.23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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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회

이 문제로 윤기석은 여러 시간동안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학교 폭력에 가담하고 가해자에게 한평생 몸과 마음의 상처를 주고 있는 자신에게 미워하기는 커녕 오히려 따뜻한 사랑으로 대해 주는 것이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았습니다. 잠에서 깬 윤기석 아버지는 옆에 놓인 꽃다발을 보고 말했습니다.

“누가 왔냐?

“예. 조금전...”

“누가 온 거냐?”

윤기석은 머리를 푹 숙이고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왜 아무말이 없느냐? 누가 왔느냐고 묻지 않느냐?”

“제 친구가요.”

그러자 윤기석 아버지는 말했습니다.

“네 친구? 자식... 꼴통같은 너 한테도 애비에게 문병 올 친구가 있었단 말이냐.. 못난 놈.. 네 행동이 나쁘다고 내가 학교에 불러 간 게 몇 번인데.. 그런 너한테 친구가 있다구....만일 너한테 친구가 있다면 너처럼 못된 짓만 하는 친구일 것이다. 그런 친구가 가져 온 꽃다발이라면 나에게는 위로가 아니라 분노일 뿐이다.”

하면서 꽃다발을 병실 바닥에 홱 집어 던졌습니다.

“다시 한번 생각해 봐라. 정말 너한데 애비의 문병 올 친구가 있는지 말이다. 내가 보기엔 너에겐 그런 친구가 없다. 네가 친구라고 생각한 놈은 모두 학교 폭력배가 아니냐. 이 애비의 말이 틀렸냐?“아버지!”

윤기석은 고개를 숙여 흐느껴 울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아버지 말이 맞았습니다. 윤기석 아버지는 다시 말했습니다.

“다시 한번 너에게 묻겠다. 이 꽃다발 누가 갔다 놨느냐? 정말 네 친구가 가져 온 거냐 아니면 너 한테도 친구가 있다는 것을 나한테 알리려고 꽃집에 가서 돈을 주고 사온 거냐?”

“아버지!”

윤기석은 다시 울었습니다. 자기가 학교에서 여러 학생들을 괴롭혀도 진실로 자신을 사랑해 주는 학생이 있다는 것에 감격스러워 자꾸만 눈물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 학생이 모훈이 오빠였습니다. 그동안 윤기석은 박태성에게 받는 돈을 모훈이 오빠에게 매달 돈을 요구했고, 주지 않으면 폭행을 당할까봐 돈을 주었습니다. 그런 세월이 반년이 지났고 모훈이 오빠 말고도 학생들이 자기에게 돈을 뜯기며 몸과 마음에 상처를 받아 지금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자 이제는 피해 학생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윤기석은 병실을 뛰쳐나와 복도 한 구석에서 엎드려 엉엉 울었습니다. 어머니가 집에서 알뜰히 가정을 돌보고 있었다면 지금처럼 나쁜 길로 나가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에 어머니가 원망스러워 더욱 눈물이 났습니다, 울고 있는 윤기석 옆으로 지나가던 환자들이 윤기석을 힐끔힐끔 쳐다보지 지나갔습니다. 울고 있는데 윤기석에게 휴대폰 신호가 울렸습니다. 윤기석은 호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받아보니 최봉길이었습니다. 최봉길은 모훈이 오빠에게 이번 달 돈을 받았다고 보고 하자 윤기석은 말했습니다.

“앞으로 그 애 한테는 돈을 받지 말어..”

최봉길은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냐고 했습니다. 그러자 윤기석은

“그 애는 이제 그만 괴롭혀.. 오늘 그 애 아버지가 우리 아버지가 입원해 있는 병실에 문병을 왔어. 그리고 꽃다발과 돈도 주고 갔어. 그러니 더 이상 그 애를 괴롭히지 말어. 그리고..”.

말끝을 흐리자 최봉길은

“그리고 뭐냐?”

하고 묻자 그건 아버지가 퇴원해서 집으로 돌아가 만나서 말하겠다고 하였습니다. 윤기석이가 병실로 들어오자 그의 아버지는 속이 상하는지 긴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러자 윤기석은 모훈이 오빠에 대해 사실대로 말했습니다. 윤기석 아버지는 저으기 놀란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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