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명작 장편소설] 산사(山寺)에 눈이 내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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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명작 장편소설] 산사(山寺)에 눈이 내리네
  • 권우상
  • 승인 2018.05.25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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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회

대선사 또는 대종사는 강원을 마치고 선원에 들어가 여름 20안거(安居)를 수행하여 법납이 20(夏) 이상이 되어야만 비로소 대선사, 대종사라는 칭호를 쓸 수 있습니다. 또한 주지(住持)가 되려면 대교과를 거쳐 선원에서 10하(夏)안거를 마쳐야 합니다. 스님이라면 이러한 교육과정을 거쳐야 하니 스님이 되기란 결코 쉽지 않는 일이었습니다. 이처럼 어렵고 험란하다 보니 중도에서 하차하여 말이 스님이지 어정쩡하게 머리만 깎고 승복만 입고 그럭저럭 사는 스님도 없지 않았습니다.

마흔 두 명 중에 여자가 세 명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남자였다. 말하자면 비구니(比丘尼)가 세 명이고 비구(比丘)가 설흔 아홉 명이었습니다. 교육은 비구니와 비구 구분없이 모두 함께 동일한 교육 프로그램과 동일한 장소에서 받도록 되었습니다. 방장실(方丈室) 앞에서 호명을 하던 송재스님은 한 사람 한 사람 호명을 하면서 방장실로 안내했습니다.

방장실에서는 방장인 월파스님이 한 사람 한 사람 들어오는 사람에게 질문을 하고 있었고, 문 밖에서는 송재스님이 면담이 끝나고 밖으로 나가면 순서대로 호명을 하며 방장실로 들려보내는 일을 맡고 있었습니다. 문이 열리고 비구가 들어와 월파스님에게 허리를 굽히며 합장하자 월파스님은

“이름이 김원택이가?”

하며 경상도 사투리로 묻자 비구는

“그렇습니다”

하고 대답을 하자 다시 월파스님은

“이제부터는 김원택은 없데이... 석 삼(三)자 빛 광(光)자 삼광이데이 알겄제”

하자 비구는 다시 한번 허리를 굽혀 합장을 하며

“예. 큰스님”

하고 퇴장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월파스님은 한 사람 한 사람 면담을 하면서 속세에서 부르던 이름 대신 법명(法名)을 지어 주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비구가 들어와 월파스님 앞에서 허리를 굽히며 합장을 하고 서자 월파스님은 서류를 보고 나서 물었습니다.

“너는 대구가 고향이가?”

“예. 그렇습니다”

“고등학교는 대구 상고를 나왔고 대학은 계명대학을 나왔구만”

“예. 그렇습니다”

“상고를 나오고 대학에서도 경제학을 전공했으면 그쪽으로 갈 것이제 와 중이 될라카노?”

“스님이 되는 것이 좋아섭니다”

“중이 좋다꼬? 이거 봐레이... 중은 좋다고 하는기 아이라 사주팔자에 타고 나야 하는기라.. 이 세상에는 좋은 것도 많은데 우째 하필이면 중이고 그 말이다. 그래 참말로 중이 좋아서가?”

“그렇습니다”

“좋다꼬 중질 하다가 싫어지믄 치울기(그만 둘것이) 아이가.”

“안그렇습니다”

“니 사주팔자를 잘 몰라 막말은 못하겠다만 관상을 보니 중질(중노릇) 쪼께(조금) 하다가 아무래도 토낄 것(도망) 같데이”

“아닙니다. 스님 믿어 주십시오. 도망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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