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명작 장편소설] 산사(山寺)에 눈이 내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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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명작 장편소설] 산사(山寺)에 눈이 내리네
  • 권우상
  • 승인 2018.05.29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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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회

이번에도 비구니(여자)가 들어왔습니다. 비구니는 월파스님 앞에 다가와 허리를 굽혀 합장을 하면서 예의를 갖추었습니다. 월파스님은 비구니에게 물었습니다.

“이름이 뭐꼬?”

“속세의 이름말입니까?”

“속세의 이름 말고 또 있나?”

“없습니다.”

“없으면 내 말에 왜 토를 다노...말해 보거라”

“박송희입니다.”

월파스님은 서류를 보고 나서

“박송희는 이제 없데이.. 죽어서 저승에 가서나 찾거라... 니는 사주(四柱)에 물이 많은데 일주에 앉아 있는 나무는 을목(乙木)이니 넝쿨나무 아이가... 나무가 물에 뜰 수 밖에 없구만.. 뜰 부(浮)자 나무 목(木)자 부목(浮木)으로 하거라... 남자 같으면 뱃놈이 될긴데 여자라 중이 되는구만....이제 니 이름은 부목(浮木)이다 알겄네?”

“예. 스님”

월파스님은 한 사람 한 사람 면담을 하면서 지어준 법명(法名)을 서류에 기록했습니다. 이 서류에 기록되면 영원히 승적(僧籍)으로 남게 되고 앞으로 속명(俗名)은 없어지고 법명(法名)을 부르게 됩니다. 비구니가 허리를 굽혀 합장하고 퇴장하자 이번에도 역시 비구니(여자)가 들어왔습니다.

‘나’였습니다. 나는 월파스님 앞에 다가와 허리를 굽혀 합장을 하면서 예의를 갖추었습니다. 월파스님은 귀에 보청기를 달고 있는나의 얼굴을 한번 훑어보고 나서 말했습니다.

“청각장애인이가?”

“예”

“니 얼굴을 보니 니는 암에 걸려 죽었다가 살아났구만... 그래 지금은 건강이 어떠노(어떻냐)?”

순간 나는 이 스님이 지난날 내가 암에 걸린 사실을 어떻게 아는지 궁금했습니다.

“좋습니다.”

하고 내가 대답을 하자 월파스님은

“언제부터 청각장애인이 되었나?”

“어릴 때부터입니다.”

“그래.”

“양부모를 만나 대학도 나오고 피아니스트가 되었구만.. 청각장애인이 피아니스트가 되다니 대단하데이...거기다가 수상 경력도 화려하고.. 하지만 우짜겠노 니도 중팔자로 타고 났으니... 대학도 나오고 피아노도 잘 치는데 우째서 중이 될라 카노?”

나는 잠시 주저하고 있었습니다.

“왜 말이 없노? 중이 되겠다고 나선 것을 후회하기 때문이가?”

“아닙니다. 큰 스님!”

“말해 보거라”

“말씀드리기 전에 큰 스님에게 한 가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무슨 말인지 해 보거라.”

“제가 양부모를 만나 대학도 나오고 피아니스트란 걸 어찌 아십니까? 그리고 제가 암에 걸렸던 사실도 어떻게 아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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