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명작 장편소설] 산사(山寺)에 눈이 내리네
상태바
[권우상 명작 장편소설] 산사(山寺)에 눈이 내리네
  • 권우상
  • 승인 2018.06.06 12: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118회

청록스님의 주선으로 나는 그날 저녁 공양시간에 양부모님과 생모는 나를 만났습니다. 나는 청록스님의 귀뜸으로 해우소(변소)에 간다는 핑게를 대고 몰래 빠져 나온 것이었습니다. 승가대학 본관 건물 동쪽 산밑 정원에서 나는 엉엉 울었습니다. 정말 인생이란 이런 것인가 싶어 더욱 눈물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나도 울고 양부모님도 울고 생모도 울었습니다. 내 얼굴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을 손수건으로 닦아 주면서 생모는 손으로 내 얼굴을 쓰다듬었습니다.

그리고는 북받쳐 오르는 슬픔을 이기지 못해 아무말도 없이 또 다시 엉엉 울었습니다. 나와 생모도 울고 양부모님도 울었습니다. 나는 하루고 이틀이고 이렇게 생모를 부둥껴안고 울고 싶었습니다. 저녁 공양시간이 끝났음을 알리는 종소리가 땡그랑 땡그랑 산사(山寺)에 울려 퍼졌습니다. 헤어짐이 아쉬운 듯 나는 생모와 양부모님의 손을 번갈아 잡으며 흐느끼며 울었습니다. 양어머니가 말했습니다.

“무슨 이유로 스님이 될려고 했는지 알고 싶다. 말해봐라. 내가 너를 미워한 것도 아닌데.. 혹시 우리 모훈이가 너에게 상처받을 말이나 행동이라도 했느냐?

“아니예요 그건..”

“그럼 뭐냐? 말해 봐라.”

나는 훌쩍훌쩍 울기만 했습니다. 차마 모훈이 오빠가 나를 사랑하고 나도 모훈이 오빠를 사랑한다고 말 할 수가 없었습니다.

“말해 보래두.. 모훈이가 미국에서 돌아오면 물어 보겠지만 모훈이는 세계프로복싱챔피언시합 때문에 아직 미국에 가 있어 먼저 너한테 물어보는 게다. 어서 말해 보거라. 너와 모훈이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

던 게지.. 그래서 그 문제 때문에 중이 될려고 결심한 것이지? 우리 모훈이가 너에게 뭘 섭섭하게 하더냐. 아니면 상처받을 일이라도..”

“그건 아니예요. 제가 이 길을 택하는 것만이 저를 키워주신 양부모님의 은혜를 배신하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양어머니가 말했습니다.

“네가 이 길만이 양부모님의 은혜를 배신하지 않는 일이라니....저 혹시 우리 모훈이를 좋아하는 게냐? 아니면 우리 모훈이가 너를 좋아하는 게냐. 아니면 둘 다 서로 좋아하는 게냐?”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울기만 했습니다.

“대강 알겠다. 미국에서 모훈이가 돌아오면 상세히 물어 보마. 하지만 서로 남매간에 이런 일어 일어난 것이 무척 당혹스럽구나..”

나는 양부모님과 생모와 헤어졌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