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명작 장편소설] 산사(山寺)에 눈이 내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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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명작 장편소설] 산사(山寺)에 눈이 내리네
  • 권우상
  • 승인 2018.06.14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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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회

이제 곧 거화(擧火)가 시작될 모양입니다. 대중들의 기도소리와 울음소리가 온 산사(山寺)를 뒤덮고 있었습니다. 스님들의 독경소리도 더욱 크게 우렁거렸고 목탁소리도 더욱 바쁘게 커졌습니다. 연화정인 법사님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다시 이어졌습니다.

“영가시여! 색신은 비록 멸하나 영혼은 항상 머무나니 마음의 본체가 맑고 밝은 것을 일러 성불이라 하였습니다. 참 마음 있는 곳을 알고자 할진데 하늘과 땅 사이에 수만리 통했습니다 영가시여! 성품은 넓고 커서 허공보다 수승하고 진성은 탁월하여 법계를 초월합니다. 영가시여! 만약 업장이 있거던 먼저 마땅히 참회하시옵소서... 수 많은 세월동안 쌓이고 쌓인 죄는 한 생각 돌이키니 무너져 없어집니다. 마른풀 불 붙어서 활활 타버리듯 남은 것 하나 없이 흔적도 타서 사라져라....... ”

스님들의 참회진언이 동시에 웅얼웅얼 이어졌습니다.

“옴 살바못자 모지 사다야 사바하... 옴 살바못자 모지 사다야 사바하... 옴 살바못자 모지 사다야 사바하.. ”

함박눈이 내리는 가운데 이윽고 거화(擧火)가 시작되었습니다. 스님들의 독경소리와 목탁소리가 더욱 크게 메아리치며 울려 퍼지고 수많은 불자들의 엉엉 우는 통곡소리가 더욱 애통하게 산사에 메아리쳤습니다. 연화정인 법사의 목소리가 다시 이어졌습니다.

“영가시여! 이 횃불을 보는가? 이 불은 탐(貪), 진(瞋), 치(痴) 삼독(三毒)의 불이 아니라 부처님의 일등삼매(一等三昧)의 불이므로 불빛은 밝고 밝아 시방세계를 두루 비추니 이 광명을 받으면 하루 아침에 모든 부처님과 같고 이 광명을 잃으면 억만겁을 생사(生死)의 길에서 헤매게 되느니라. 영가시여! 이 빛을 보시고 자성의 광명을 되찾아 생사의 윤회(輪廻) 없는 열반락을 누릴지어다.......

..........영가시여! (진령) 들어보소서. 네 가지 인연이 화합하여 몸을 이루었다가 이제 네가지 인연이 흘연히 흩어지니 다시 공(空)으로 돌아갑니다. 몇 년을 허깨비 같이 부질없이 헤매다가 오늘 모든 것을 벗어 내려놓고 발가벗은 몸으로 떠나니 상쾌하기 한량없지 않습니까? 사회 대중은 말해 보시오. 영가시여! 어디를 향하여 가옵니까? 오는 것도 없고 가는 것도 없으니 이것이 공이라 하였으니 불조께서도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라 하였습니다.......

.............나무로 만든 말을 거꾸로 타고 굴르고, 또 굴르니 이글거리는 불꽃속에 찬바람이 일도다. 편안히 가시옵소서! 부디 편안히 가시여 극락왕생 하시옵소서! 옴 바아라 사다 목차목.. 옴 바아라 사다 목차목... 옴 바아라 사다 목차목..... ”

드디어 연꽃으로 장식된 시신에 불이 붙었습니다. 붙은 불은 삽시간에 퍼지면서 불꽃은 하늘 높이 더욱 활활 타 올랐습니다. 애타게 엉엉 울부짖는 울음소리, 구슬픈 통곡소리, 스님들의 독경소리, 그리고 목탁소리가 뒤섞여 군중들의 울음은 눈물바다를 이루었습니다. 나도 허리를 굽혀 합장을 한 채 엉엉 울었습니다. 마음껏 통곡 하였습니다. 지금까지 고통스럽게 살아오면서 참고 참아 왔던 모든 슬픔과 울분을 이 자리에서 몽땅 쏟아버리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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